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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기다린 우승? 이제 해보려고요”…이미향이 다시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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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이 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이날 이미향은 5타를 줄여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이미향이 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이날 이미향은 5타를 줄여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약속의 땅’이란 수식어는 올해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역대 15차례 대회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모두 8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이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2008년 출범 이후 유독 한국과 연이 깊었지만, 올해 대회에선 경쟁자들에게 밀려 정상을 내주고 말았다.

2022년과 지난해 연달아 정상을 밟았던 고진영(29)은 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6749야드)에서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만 줄여 7언더파 공동 9위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친 단독선두 후루에 아야카(24·일본)에게 4타 뒤진 채 출발해 역전우승을 노렸지만, 뼈아픈 보기가 많이 나오면서 3연패 달성은 끝내 무산됐다.

고진영과 함께 6언더파 공동 5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최혜진(25)은 후반 들어 샷이 흔들리면서 5언더파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2021년 챔피언인 김효주(29)는 마지막 날 1타를 잃어 3오버파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우승 트로피는 한나 그린(28·호주)에게 돌아갔다. 12언더파 셀린 부티에(31·프랑스)와 동타이던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끝내기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우승 상금 27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차지했다.

2019년 정상을 밟은 박성현(31)을 포함해 한국 선수의 5년 연속 우승(2020년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은 무산됐지만, 이번 대회에선 데뷔 12년차 베테랑 이미향(31)의 선전이 빛났다. 마지막 날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로 5타를 줄여 9언더파 공동 3위로 한국 여자골프의 자존심을 지켰다. 공동 3위 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이미향. AFP=연합뉴스

이미향. AFP=연합뉴스

최종라운드가 끝난 뒤 만난 이미향은 “오늘 경기 출발이 좋아서 내심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이렇게 리더보드 최상단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다. 파5 16번 홀에서 이글을 잡은 뒤 파3 17번 홀 버디 퍼트까지 들어가 막판 욕심을 냈는데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로 가면서 보기가 나왔다.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웃었다.

1993년생인 이미향은 골프 애호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클럽을 잡았다. 학창시절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고, 2012년 LPGA 2부 투어 상금 순위 6위를 발판삼아 이듬해 1부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마수걸이 우승은 2014년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에서 했고, 2017년 스코티시여자오픈에서 다시 정상을 밟았다.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3연패가 무산된 고진영. 사진 LPGA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3연패가 무산된 고진영. 사진 LPGA

이후 7년 가까이 우승이 없는 이미향은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 기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동안에는 내가 무언가를 조금만 못하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다그쳤더라.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조급함을 버리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자신감을 찾자’고 다짐했다. 그런 점이 올 시즌 좋은 출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미향은 올해 처음 출전한 1월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35위를 기록한 뒤 최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20위로 점프했다. 상승세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최종라운드 전반에는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3타를 줄였고, 후반에는 퍼트도 살아나 회심의 이글까지 잡았다.

한나 그린이 3일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나 그린이 3일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향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집 근처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이전까지는 샷을 똑바로만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는 좋은 리커버리로 실수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깨달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글과도 같은 LPGA 투어에서 10년 넘게 생존하고 있는 이미향은 끝으로 “7년 정도 우승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순위를 올리는 것에만 급급했는데 이제는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컨디션이 된 것 같다. 올 시즌 꼭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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