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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억 장안문 문지기 고영표 "한국시리즈 다시 서겠다"

중앙일보

입력

다년계약을 맺은 뒤 수원 화성의 장안문 앞에서 사진촬영한 KT 투수 고영표. 사진 KT 위즈

다년계약을 맺은 뒤 수원 화성의 장안문 앞에서 사진촬영한 KT 투수 고영표. 사진 KT 위즈

KT 위즈 고영표(33)가 문지기로 변신했다. 수원구장 마운드도, 수원화성의 장안문도 든든히 지키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행을 다짐했다.

고영표는 2014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창단 멤버다. 그리고 10년 만에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올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지만 5년 최대 107억원(보장 9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100억원이 넘는 규모도, 비FA 다년 계약도 고영표가 처음이다.

계약서에 사인한 고영표는 구단 직원과 함께 차에 올라타고 화성 장안문으로 향했다. 장안문은 사대문 중 북(北)문이다. 조선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화성 성곽을 지었다. 장안문은 정조가 한양에서 수원 행차를 하면 처음으로 맞이하는 관문이자 정문이다. 지금은 숭례문처럼 수원의 랜드마크가 됐다.

프로축구 제주에 입단한 뒤 한라산을 올라 백록담 배경으로 옷피셜 사진을 찍은 구자철.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프로축구 제주에 입단한 뒤 한라산을 올라 백록담 배경으로 옷피셜 사진을 찍은 구자철.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고영표는 장안문 앞에서 계약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들어갈 사진을 찍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선 모기업 또는 지역을 상징하는 곳에서 촬영하는 게 흔하지만, KBO리그에선 최초의 시도다. 소형준이 "수원의 전부"라고 치켜세우자 "장안문 문지기 할께"라고 농담했던 게 계기였다.

고영표는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의미도 있고, 팬들도 좋아했다"며 "올해 FA가 되는 후배 엄상백에게 KT 잔류하라고 꾀고 있다. 엄상백에겐 창룡문(동문)을 지키라고 해야겠다"고 웃었다. 그는 "문이 4개라 4명 밖에 못 잡는 거 아닌가. 문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로 국내최고 사이드암인 고영표는 KT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팀내 최다인 통산 55승을 올렸다. 꾸준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리그 최다인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21회를 기록했다.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17회로 MVP 에릭 페디(8회·전 NC 다이노스)의 두 배가 넘었다.

자신의 장기인 체인지업을 던지는 고영표. 연합뉴스

자신의 장기인 체인지업을 던지는 고영표. 연합뉴스

구단의 기대를 아는 고영표는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시즌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고영표는 "투구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다. 집중도 잘 되고 있다. 제구 위주로 점검중이다. 여느 해보다 잘 해야 한다.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KBO리그에서 가장 볼넷을 적게 주는 투수다. 지난해엔 9이닝당 0.98개를 기록했다. 그런 그지만 새로 도입되는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 고영표는 "아직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궤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내 궤적 체인지업을 머리속에 그려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봤다. 하이패스트볼, 떨어지는 체인지업, 존을 걸치고 빠져나가는 커브 등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고영표는 2021년 팀의 첫 우승을 함께 했다. 지난해엔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으나 준우승로 끝났다. 플레이오프 3차전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호투로 승리를 이끌었으나 마지막 5차전에선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고영표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호투를 펼친 뒤 웃는 고영표. 연합뉴스

지난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호투를 펼친 뒤 웃는 고영표. 연합뉴스

그는 "(4이닝 5실점했지만)미련은 없다. 할 수 있다는 건 다 했다. 경험이고, 앞으로 한국시리즈 올라가면 더 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등이 3,4등보다 더 아쉽다고도 하지만, 한국에서 제일 야구를 잘 하는 두 팀이 만나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값진 추억"이라고 했다.

올 시즌 목표도 당연히 최고의 자리에 서는 거다. 고영표는 "우선 160이닝은 던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타이틀 홀더를 못 해봤는데, 올해는 운이 따라서 다승왕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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