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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1.5억 싸다…실거주 의무 풀리자 수혜지역은 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물 안내문. 뉴스1

지난 2월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물 안내문. 뉴스1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정안 적용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41주 연속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전셋값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당초 2~5년의 실거주 의무를 받는 단지는 지난달 말 기준 전국 77개 단지, 4만9766가구였다. 개정안이 통과되며 이 가운데 최근 입주가 시작됐거나 예정된 11개 단지 6544가구는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대신 전세를 한번 놓을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강동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인근 부동산에 전세 매물이 벌써 100여 건 나왔다. 단지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실거주하려던 계획을 바꿔 전세를 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입주가 가까워 올수록 전·월세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주변 일대보다 저렴하게 나온 매물도 적지 않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는 전셋값이 4억5000만원부터 형성돼 있다. 입주 5년 차인 주변 ‘e편한세상 강동 에코포레’보다 5000만원 정도 더 저렴하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도 지난달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는데 전세 매물이 50여 건 나와 있다. 이곳 역시 전용 84㎡ 기준 전세값이 6억원부터 있다. 입주 5년 차로 상일동 대장 아파트인 ‘고덕 아르테온’ 84㎡ 전세가 최근 7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1억5000만원이나 싸게 나왔다.

11월 중순 입주 예정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 주공)은 아직 입주까지 8개월가량 남았는데도 네이버 부동산에 벌써 전세 매물이 500여 건, 월세는 200여 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중복 매물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건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린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전체 입주 물량이 1만2032가구에 달한다. 이 단지 주변 한 중개업소 대표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후로 전·월세를 놓겠다는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며 “입주 시점 때는 이 아파트 입주 물량의 3분의 1가량인 4000여 가구가 전·월세로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현재 전용 84㎡ 전세 매물이 7억원부터 형성돼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22일부터 41주 연속 올랐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며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4.35% 올랐다. 자치구별로 성동구가 9.0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송파구(7.35%), 양천구(5.93%), 강동구(4.85%) 등이 뒤를 이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실거주 의무 유예로 전세 매물이 늘면서 전셋값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법 개정안은 기존에 입주한 단지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된다”며 “전국적으로 더 많은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특히 서울 동남권 지역의 전셋값이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함 랩장은 “올해 서울은 예년보다 적은 1만 가구가량 입주 물량이 예정됐는데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당초 내년 입주에서 올해 연말로 앞당기면서 공급 물량이 2만 가구로 늘게 됐다”며 “강동구뿐 아니라 그동안 전셋값이 많이 오른 송파구, 성동구, 경기 하남 등지에서도 전세 가격이 숨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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