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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MZ들, 한국 옷 사러 오픈런…오사카에 부는 K패션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마뗑킴의 오사카 한큐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방문객들이 개점 시간을 앞두고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있다. 사진 하고하우스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마뗑킴의 오사카 한큐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방문객들이 개점 시간을 앞두고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있다. 사진 하고하우스

지난달 21일부터 7일간 일본 오사카 한큐 백화점 우메다 본점에 열린 패션 브랜드 ‘마뗑킴’의 팝업스토어. 운영 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는 ‘오픈런’으로 연일 진풍경을 이뤘다. 개점 첫날 일본의 인기 인플루언서들이 팝업스토어에 방문하며 현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3일 마뗑킴 투자사인 하고하우스에 따르면, 이번 팝업스토어는 한큐 백화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앞서 마뗑킴이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파르코 백화점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는 매일 100명 이상의 대기 줄이 이어지며 12일간 매출 5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주목하는 K패션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잇따라 해외로 나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패션 시장도 불황을 피하지 못하자 넓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 K콘텐트의 인기로 한국식 메이크업과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K패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업계가 주목하는 곳은 가까운 일본. 일본 패션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대로 한국의 두 배 이상 큰데다 소비자 체형과 계절적 특성이 한국과 비슷해 진출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부는 ‘패션한류’

마뗑킴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운영한 오사카 한큐백화점 팝업스토어. 사진 하고하우스

마뗑킴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운영한 오사카 한큐백화점 팝업스토어. 사진 하고하우스

마뗑킴의 경우 지난해 도쿄 시부야 브랜드 론칭 파티와 첫 번째 팝업스토어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일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 달에는 나고야, 5월에는 도쿄에서 다시 팝업스토어를 열어 현지 젊은이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 회사 이동규 부사장은 “이번 오사카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일본의 더 다양한 지역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브랜드를 알려 나갈 것”이라며 “일본 외에 다른 국가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신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도쿄 쇼룸을 운영하며 일본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나흘간 열린 쇼룸에는 글로니, 기준, 락피쉬웨더웨어, 레스트앤레크레이션, 스탠드오일, 코스트퍼킬로, 토앤토 등 7개 브랜드가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제품을 선보였다. 무신사에 따르면 쇼룸에는 일본의 유명 편집숍 GR8과 빔즈,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를 비롯해 현지 패션·유통업계 바이어 150여 명이 참여했다. 이세탄, 한큐 등 주요 백화점 관계자도 방문해 계약과 관련한 논의를 나눴다고 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쇼룸을 운영하며 한국 패션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매력이 일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입점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지난달 13일부터 나흘간 7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24 F/W 됴쿄 쇼룸을 선보였다. 사진 무신사

무신사는 지난달 13일부터 나흘간 7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24 F/W 됴쿄 쇼룸을 선보였다. 사진 무신사

‘패션의 중심’ 파리 진출도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프랑스 파리의 패션위크에도 국내 브랜드의 선전이 돋보인다. 남성복, 여성복, 오뜨꾸뛰르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파리 패션위크는 뉴욕·런던·밀라노 패션위크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 프리미엄 패션 마켓으로 손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에 따르면 국내 여성복 시장 1위 브랜드인 타임은 올해 F/W 파리 패션위크에 처음 참가했다. 1993년 론칭한 타임이 해외 패션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한섬은 지난달 29일 파리 16구에 위치한 복합 예술문화공간 팔레 드 도쿄에서 타임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별도 컬렉션 ‘더 타임’을 선보였다.

이번 F/W 파리 패션위크에는 한섬의 다른 브랜드인 시스템, 시스템옴므와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 우영미 컬렉션도 참가했다. 파리 프랭땅 백화점에 입점 중인 송지오는 올해 서울과 파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동시 오픈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글로벌 브랜드 준지(JUUN.J)도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현지에서 시즌 컬렉션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18일 현대백화점그룹 패션전문기업 한섬의 시스템·시스템옴므 2024년 가을·겨울(F/W) 시즌 단독 프레젠테이션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사진 현대백화점

지난달 18일 현대백화점그룹 패션전문기업 한섬의 시스템·시스템옴므 2024년 가을·겨울(F/W) 시즌 단독 프레젠테이션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사진 현대백화점

글로벌 팬덤 안고 韓으로 역진출

해외에서 먼저 팬덤을 쌓고 국내에 역진출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 2019년 F/W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해외에서 처음 선보인 ‘김해김’이 대표적. 김인태 대표 디자이너가 2016년 론칭한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파페치·에센스 등 글로벌 온라인 편집숍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는 하이엔드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취지로 25일까지 소공동 본점에서 김해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김해김 플래그십 매장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방한 해외 관광객들이 매장까지 찾아와 구매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SNS 등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팬덤은 33만명에 이른다.

롯데백화점 '김해김'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이고 있는 올해 PS 리조트 콜렉션.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김해김'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이고 있는 올해 PS 리조트 콜렉션. 사진 롯데백화점

장희현 롯데백화점 여성패션 바이어는 “앞으로도 글로벌 K 패션을 주도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빠르게 도입해 내외국인 고객들에게 새로운 패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K패션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주목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 확대되며 국내외 매출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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