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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도 터번 썼었다…세계 거물들 불러모으는 그 결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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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찾았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딸 이방카 트럼프, 팝스타 리한·나…. 이번 주말 이들이 모두 인도 서부에 있는 구자라트로 향한다. 세계의 거물들이 인도로 다 모이는 이유는 뭘까.

아시아 최고 부호 무케시 암바니의 막내아들의 결혼식 전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결혼식도 아닌 사전 파티에 이렇게까지 모이는 이유는 초청자에 답이 있다. 암바니가 통신‧가스‧석유‧섬유‧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회장이기 때문이다. 결혼식 전야 파티가 열리는 구자라트는 암바니의 고향이자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주요 정유소가 있다.

2018년 12월 임바니 무케시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 AFP=연합뉴스

2018년 12월 임바니 무케시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 AFP=연합뉴스

암바니 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부호다. 자산이 1120억 달러(약 149조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살고 있는 인도 뭄바이 저택(27층)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가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다. 구자라트에 조성된 정원에는 코끼리‧표범‧호랑이 등 야생 동물 20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거물들이 암바니 회장에 공을 들이는 게 그의 자산 때문만은 아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의 협력은 각 기업이 인도에서 펼칠 미래 신사업에 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인도는 규모만으로도 매력적인 소비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인구는 14억4171만명으로, 세계 전체 인구(81억1883만명)의 17%를 차지한다. 반면 시장 규모로 선두 자리를 다투던 중국(14억2517만명)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중국이 1970년대부터 시행한 산아 제한 정책, 고물가로 인해 늘어난 생활비 부담 등 영향이 크다. 인구 감소는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018년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무케시 암바니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장 입구. AFP=연합뉴스

2018년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무케시 암바니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장 입구. AFP=연합뉴스

노동 인구 감소도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매력을 저하하는 요소다. 이미 중국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현지 공장을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미·중 간 첨단기술 갈등으로 중국에 생산 기지를 확대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대체제로 인도를 고려하고 있다.

인도의 인건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은 15~59세로 젊다. 노동 인구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 증가율에 맞추기 위해서는 매년 9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필요하다.

소비 수준도 고급화하고 있다. 인도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200달러(약 294만원)이지만, 빈부 차가 심해 전체 인구의 30%인 4억2000만여 명이 전체 소비의 95%를 차지한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인도 부유층 가구의 연평균 성장률은 9%다.

인도 중산층과 부유층의 씀씀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컨대 오토바이 대신 승용차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도자동차제조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사륜차(승용차) 457만8639대가 팔리며 전년보다 25% 늘었다. 반면 이륜차와 삼륜차의 성장률은 각각 9%, 12%에 불과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배경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청사에서 M.K 스탈린 주수상(왼쪽)을 만나 인도 사업협력방안에 대해 엽의했다. 타밀나두주는 인도공장이 위치한 지역이다.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청사에서 M.K 스탈린 주수상(왼쪽)을 만나 인도 사업협력방안에 대해 엽의했다. 타밀나두주는 인도공장이 위치한 지역이다. 현대차

인도는 이미 현대차의 최대 해외 생산기지로 떠올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 공장에서 108만4900대를 생산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 3대 중 1대(29.5%)는 인도산이란 의미다.
삼성전자도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구 대국 인도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삼성의 가전 사업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8년 12월 암바니 회장의 딸, 2019년 3월 장남 결혼식에 참석하며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장남 결혼식 참석 당시 이 회장은 머리에 터번을 두른 인도 전통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신봉길 주인도 대사 페이스북 계정. 중앙포토.

신봉길 주인도 대사 페이스북 계정. 중앙포토.

2023년 1월 개장한 인도 뉴델리 삼성전자 익스피리언스 센터. 방문객은 이곳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웨어러블 기기, TV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

2023년 1월 개장한 인도 뉴델리 삼성전자 익스피리언스 센터. 방문객은 이곳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웨어러블 기기, TV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

당시 삼성전자는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가 추진하는 이동통신 4G 네트워크의 핵심 장비 공급사였다. 5G 장비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시기였고 실제 2022년 5G 핵심 장비 공급을 삼성전자가 따냈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예정인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암바니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리드 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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