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난 20대 1인 가구 많은 동네, 투표율도 낮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79호 04면

이준웅의 총선 레이더 ⑧ 빈곤율과 투표율

지난 대선 승패의 요인과 관련해서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다. 〈총선 레이더〉에서 밝혔듯이 투표율이 높은 수도권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오히려 낮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관위가 제공한 수도권 77개 시군구 자료를 분석해서 얻은 결론이다.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분석을 동 수준으로 낮춰 투표율과 이재명 득표율 간의 관계를 재확인해 보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림 1〉은 서울 423개 행정동을 대상으로 투표율과 이재명 후보 득표율 간 관계를 보여준다. 일종의 음의 2차 곡선의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푸른 선으로 나타낸 최적회귀선으로 확인해 보면 이재명 득표율은 투표율 70% 조금 넘는 지역에서 최댓값을 보였지만 65%대로 낮거나 80% 이상으로 높은 경우에 윤석열 후보보다 뚜렷하게 낮아졌다. 후자는 우리가 대체로 짐작할 수 있는 동네다. 개포동·대치동·반포동·잠실동이 해당한다. 투표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이 윤석열에게 패한 지역은 종로동·을지로동·광희동·화양동·회현동 등이다.

그렇다면 〈그림 1〉을 갖고 지난 대선에서 서울 시민의 정치적 결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별로 할 말이 없다. 지역적으로 차별적인 투표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말이다. 지난번 〈총선 레이더〉에서 나는 당일 투표가 이웃의 투표행위를 모니터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투표 참여를 드러내는 행동이라는 설명을 소개한 바 있다. 일종의 ‘공공성 과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아무리 그럴듯할망정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다.

우리는 선거가 돌아올 때마다 누가 승리할지 맹렬하게 탐색하지만 그럴수록 실패한다. 돌아다니는 정보라는 게 고작 응답률도 계산할 수 없는 여론조사이거나 아무 말대잔치급 정치평론이거나, 또는 제 논에 물대는 정파적 선동이 주종이기 때문이다. 확인 가능한 자료를 활용해서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차분히 검토한 설명적 담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그림 1〉이 제시한 결과에 주목하지 않는 사정도 놀랍지만 이런 지역적 편차를 설명할 수 있는 변변한 이론조차 없다는 사실이 우리 공화정의 민주적 결단에 대한 몰이해를 증거한다. 도대체 지난 대선 서울에서 투표율이 75% 이상 높은 동네에서 이재명의 득표율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자료를 뒤져보면 ‘서울시민생활데이터’라는 게 있다. 2022년 증가하는 1인 가구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통계청·SKT·시립대 등이 힘을 합쳐 생산한 자료다. 이 자료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서 20대 1인 가구에 속한 주민들이 얼마나 휴대폰 요금을 연체했거나 소액결제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20대 경제 곤란 지표라고 부르자.

〈그림 2〉는 서울 423개 동의 20대 경제 곤란과 대선 투표율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20대 1인 가구가 많은 동네에서 투표율은 급감했다. 종로5.6가동·구로동·신당동·신원동·조원동·황학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1인 가구에 사는 청년들은 남녀를 가릴 것도 없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바로 이런 조건에서 이재명은 서울에서 불리한 선거를 치러야 했다는 뜻이다. 진보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곱씹어봐야 할 결과다.

같은 자료를 이용해서 50대와 60대 1인 가구 가운데 집안에 홀로 있지 않고 외출을 많이 했던 유권자가 많은 지역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활동하는 1인 가구 중장년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대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리고 이런 지역에서 이재명은 간명하게도 윤석열에게 패배했다. 자, 이건 또 뭘 의미하는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