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몸 상태 아무 문제 없다” 개막전 선발 예열하는 류현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9호 24면

12년 만에 한화 복귀 ‘코리안 몬스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 12년 만에 KBO리그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한화 구단은 지난달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도, 총액도 모두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다.

류현진이 지난 2월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베이스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이 지난 2월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베이스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4년 계약이 끝났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빅 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 사이에서 고민하다 한화에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7년)와 토론토(4년)에서 11년간 뛰면서 빅 리그 통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탈삼진 934개의 성적을 남겼다.

한화를 향한 류현진의 애정은 알려진 것보다 더 크다. FA가 됐을 때, 그의 마음은 이미 한화로 기울어져 있었다. ‘늦어도 2025시즌 전에는 무조건 돌아온다’는 의지도 확고했다. 이유는 하나다. “내게 힘이 남아 있을 때 한화에 돌아와야 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MLB에서의 다년 계약은 선택지에 없었다. FA 협상 전 에이전트에게 “2년 계약이나 1+1년 계약은 하지 않겠다. 계약 기간은 무조건 1년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2022년 6월 30대 중반의 나이에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는데, “MLB에서 몇 년 더 뛰려는 게 아니라 한화에 돌아왔을 때 잘 던지고 싶어서 수술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류현진은 거취를 고민하면서 일본 히로시마 카프에서 은퇴한 구로다 히로키를 언급했다. 구로다는 1997년부터 11년간 히로시마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2008년 MLB에 진출해 LA 다저스(4년)와 뉴욕 양키스(3년)에서 뛰었다. 2014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 그에게 친정팀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거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39세가 된 구로다는 히로시마로 돌아와 팀을 2016년 25년 만의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은퇴했다. 류현진 역시 “구로다처럼 내 힘으로 한화의 우승을 이끄는 게 오랜 꿈이었다”며 “힘이 다 떨어진 채로 돌아와 한화 팬들 앞에 다시 서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한화의 전력에 보탬이 될 때 오고 싶어 복귀를 결정했다”고 했다.

류현진이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10개 구단 스프링캠프를 뜨겁게 달궜다. 감독들은 한화를 향한 경계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당장 지난해 통합 우승팀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은 “류현진이 돌아왔으니 야구는 더 재밌어지고, 감독들은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일단 올해 구단 최다승 경신은 포기했다. 올 시즌 목표 승수도 84승으로 조정했다”고 했다.  LG는 지난해 86승 2무 56패(승률 0.606)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염 감독은 “류현진은 충분히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투수다. 그 한 명이 가세하면서 한화는 국내에서 2위 안에 드는 1~4선발진을 보유하게 됐다”며 “올 시즌엔 5강을 차지하려는 중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 순위 경쟁 팀이 늘어나면, 모든 팀의 승수가 전체적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많은 감독들은 류현진이 한화에 미칠 무형의 선순환에도 주목했다. 한화에서 류현진과 함께 뛰었던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류현진이라는 선수 한 명을 경계한다기보다 한화가 강해지는 걸 경계하고 있다. 젊은 선수가 많은 한화에 류현진이 합류해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한화의 국내 선발 문동주가 공이 좋아도 어린 투수인데, 류현진이 들어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게 클 것”이라며 “류현진의 복귀는 리그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류현진이 돌아온 한화 캠프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한화 선수들은 입을 모아 “현진이 형이 돌아오니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환호했다. 류현진이 계약 다음날인 2월 23일 양복 차림으로 오키나와 캠프에 도착하자 베테랑 선수들이 가장 먼저 다가와 반기기도 했다.

류현진은 “12년 만에 다시 왔다. 선수들과 함께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다 같이 잘해보자”고 인사했고,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류현진은 “다들 너무 반갑게 맞아줘서 좋았다. 일정에 따라 차근차근 공을 던지면서 개막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보다 캠프에 늦게 합류했는데도 두 차례 불펜 피칭을 완벽하게 마쳐 주변의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피칭을 마친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었고, 공을 받은 동기생 포수 이재원도 연신 “나이스!”를 외쳤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내가 인상 쓸 일이 없다. 웃음이 절로 난다. 앞으로 경기에서 던질 모습을 상상하니 더 좋다”고 싱글벙글 웃었다. 손혁 한화 단장도 “불펜 피칭을 지켜보니 ‘역시 대단한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며 “시즌 준비가 정말 잘 돼 있다. 류현진이 던지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류현진은 아직 자신을 어려워하는 후배들을 위해 회식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저녁,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 시내의 한 한식당에서 한화 투수 전원에게 한턱 냈다. 류현진은 “후배들이 먼저 편안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내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후배들이 밥 사달라고 하면 언제든 사줄 거다”고 했다. 류현진과 절친한 사이인 장민재는 “그동안 후배들이 현진이 형을 궁금해 하면 ‘무서운 사람 아니니 직접 가서 물어보면 잘 말해 줄 거다’고 말하곤 했다”며 “형 덕분에 다 같이 모여서 서로 거리도 좁히고, 그동안 못한 얘기도 나누는 자리가 됐다”고 했다.

한화는 류현진에게 오는 23일 LG 트윈스와의 시즌 개막전 선발을 맡길 계획이다. 류현진도 “몸 상태에 아무 문제가 없다.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1일로 예정됐던 첫 라이브 피칭이 비로 순연되면서 처음으로 준비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그는 밝은 표정으로 “캔슬(cancel)! 캔슬!”을 외치며 훈련장을 떠났다. 익숙한 친정팀에서 말 통하는 동료들과 편안한 캠프를 치르고 있는 류현진. 돌아온 에이스의 시즌 준비는 순조롭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