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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손잡은 '음지의 아이유', 차트 휩쓸다…'밤양갱' 돌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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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가 부른 '밤양갱'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필굿뮤직

비비가 부른 '밤양갱'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필굿뮤직

가수 비비(김형서·25)가 아이유, 르세라핌 등 음원강자들이 모인 연초 차트에서 승기를 잡았다. 지난 13일 발매한 ‘밤양갱’으로 멜론, 지니, 벅스, 네이버 바이브, 플로, 유튜브뮤직 등 6개 음원사이트 일간·주간차트를 휩쓰는 ‘퍼펙트올킬’을 달성했다.

음원 돌풍의 시작은 MBC ‘라디오스타’였다. 비비는 표정연기를 섞어가며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이라는 달콤한 가사를 노래해 사랑스러운 모습을 강조했다. 방송 이후 ‘밤양갱’은 틱톡과 숏츠 등에서 입소문을 냈다. ‘라스’에서 노래한 영상은 틱톡에서 ‘좋아요’만 67만개 이상을 기록했다.

노래는 밤양갱을 먹으면서 부르는 숏폼챌린지와 제니, 이효리 등 스타들의 응원에 힘입어 인기가도에 올랐다. 2분 25초로 짧은 러닝타임도 요즘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또 봄기운 가득한 왈츠풍 멜로디에 외워부르기 쉬운 우리말 가사는 요즘 유행인 이지리스닝 흐름을 타고 차트서 롱런할 전망이다.

'밤양갱' 응원한 제니(왼쪽)와 노래 커버를 올린 이효리. 사진 제니, 이효리 인스타그램

'밤양갱' 응원한 제니(왼쪽)와 노래 커버를 올린 이효리. 사진 제니, 이효리 인스타그램

알고보면 이별노래

‘밤양갱’은 간지러운 멜로디와는 반전을 이루는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는 바라는 게 많아”라며 헤어지자는 남자의 말에 집으로 돌아와 “바라는 건 딱 하나, 밤양갱”이란 걸 깨닫는 스토리다. 노래를 쓴 장기하에 따르면 2018년 발매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나란히 나란히’ 답가로 구상해 수년 전 만들었다가 비비를 통해 공개하게 됐다.

‘나란히 나란히’에는 자동차, 헬리콥터, 돛단배에 이어 우주선까지 다 태워주려 했는데 이별을 맞이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장기하는 ‘상대방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나도 지치고 상대도 외로워졌던 건 아닐까’라는 곡 설명을 달았다. ‘진수성찬이 아니라 밤양갱 하나로 충분했다’는 비비의 노래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비비는 “밤양갱은 단순하고 소박하고 가장 값진 사랑 그 자체”라는 장기하 설명을 듣고 노래에 임했다.

비비. 사진 유튜브 리무진 서비스

비비. 사진 유튜브 리무진 서비스

“신이 내린 재주”

‘밤양갱’ 뮤직비디오엔 본명인 김형서로 활동하는 배우의 면모도 담겼다. 앞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최악의 악’, 영화 ‘화란’ 등에 출연한 바 있다. 가수 비비로 활동할 땐 할아버지 사랑을 기억하고자 눈 밑에 붉은 점 두 개를 찍는다.

뮤직비디오에선 두 얼굴이 동시에 등장한다. 이별하는 주인공은 김형서, 꿈 속의 마녀는 비비라 듣고보는 재미를 더했다. 풍부한 감정을 담아 노래하는 모습은 대화체로 구성된 ‘밤양갱’ 가사에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가수 비비와 배우 김형서는 눈 밑의 붉은 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진 '밤양갱' 뮤직비디오, MBC '라디오스타'

가수 비비와 배우 김형서는 눈 밑의 붉은 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진 '밤양갱' 뮤직비디오, MBC '라디오스타'

작곡가 미친감성은 “신이 내린 재주”라고 비비를 표현했다. 댄스 ‘나쁜X’, 발라드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등의 히트곡에 이어 장기하표 인디음악까지 소화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연기로도 대중을 설득한다는 점에서 “아이유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년만에 이런 가수가 나와 반갑다”고 말했다.

밈으로도 인기

실제로 비비는 ‘음지의 아이유’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아이유가 대중의 눈높이에서 노래를 만들고 소통했다면, 그간 비비가 만들고 낸 노래들은 대중성보다는 개성이 강했다. 20대 초반에 ‘불륜’·‘나쁜X’·‘피버’·‘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조또’·‘철학보다 무서운 건 비비의 총알’ 등 장르를 넘나들며 강한 제목의 노래를 냈고, 19세 이상 관람가인 뮤직비디오도 주저없이 만들었다. 이에 “비비의 노래는 숨어서 들었다”는 댓글 반응이 많았다.

비비가 2022년 발매한 정규 1집 '로우라이프 프린세스 누아르'의 티저. 사진 필굿뮤

비비가 2022년 발매한 정규 1집 '로우라이프 프린세스 누아르'의 티저. 사진 필굿뮤

‘밤양갱’은 비비가 낸 노래 중 가장 대중적이며, 비비가 잘 드러내지 않았던 사랑스러운 매력을 강조한 곡이다. 기존의 비비의 모습을 좋아했던 팬들은 ‘밤양갱도 갱(gang)이다’ ‘갱 들어간 노래 중 가장 달달하다’ 등의 댓글놀이로 비비의 색다른 변신을 즐기고 있다. 이 밈을 살려 비비는 틱톡에서 ‘밤양갱도 갱이다’라는 손가락 챌린지를 열었다. 눈코입을 그린 손가락으로 연기하는 간단한 챌린지로, 타이거JK·전소연·르세라핌 등이 참여했다.

'밤양갱' 티저 속 비비. 사진 필굿뮤직

'밤양갱' 티저 속 비비. 사진 필굿뮤직

비비는 이같은 인기에 “너무나 큰 에너지와 열정을 받았다. 덕분에 ‘밤양갱’과 비비를 더 뜨겁게 만들어줬다”고 기뻐했다. ‘밤양갱’ 작업에 대해선 “50년 전에 활동하는 가수라고 몰입해 작업했다. 현재와 그 시절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생각하며 노래했다. 아마도 그 묘한 밸런스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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