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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다음'을 잡아라…미국은 6G 동맹, 중국은 5.5G 노린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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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선 5세대(G) 이후 통신망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이 차세대 최신 통신 기술을 선보였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한 관람객이 차이나 모바일 부스 옆을 지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한 관람객이 차이나 모바일 부스 옆을 지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게 왜 중요해

6G의 이론상 속도는 1Tbps(1테라비트, 1000Gbps)다. 이론적으로는 5G 최고속도인 20Gbps(기가비트)보다 50배 빠르다. 이론대로라면 125GB 대용량 데이터를 1초 만에 옮길 수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초실감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이유다.

6G 상용화 시점은 2030년 이후다. 아직 6G의 스펙(속도, 지연성)이 국제 표준으로 확정되지도 않았고, 주파수 대역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가는 대세가 될 차세대 통신망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이번 MWC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5G와 6G 사이, 주도권 경쟁

◦중국 빼고 6G 동맹 이끄는 미국: 미국 기업들은 이번 전시에서 6G 관련 최신기술을 선보였다. 퀄컴이 대표적이다. 퀄컴은 13GHz(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기가 마이모(GIGA MIMO)를 선보였다. MIMO는 여러 개 안테나를 하나로 집약해 무선 통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현장에서 만난 통신 업계 관계자는 “6G 시대에 사용하는 중고대역 주파수는 5G에 사용하는 3.5GHz 대역과 달리 기지국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이 투자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전시장 안 퀄컴 부스에 전시되고 있는 기가 마이모(GIGA MIMO). 바르셀로나=강광우 기자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전시장 안 퀄컴 부스에 전시되고 있는 기가 마이모(GIGA MIMO). 바르셀로나=강광우 기자

인텔은 기지국 장비를 물리적으로 구축하지 않고 서버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되는 오픈브이랜(Open vLAN) 기술을 소개했다. 오픈랜은 기지국 등 무선 통신 장비를 단일 제조사가 아닌 복수의 제조사가 함께 만들 수 있게 연동하는 표준 기술이다. 미국 기업이 이를 개발하는 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중국 화웨이의 전 세계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이 30%로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한국, 일본 등 10개국과 이번 MWC에서 공동으로 '6G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6G 무선 통신시스템 연구·개발(R&D)을 위해 10개국이 협력하는 취지다. 중국은 이 선언에서 빠졌다.

◦6G 대신 5.5G강조하는 중국: 이번 전시회에서 최대 규모 전시관을 구성한 화웨이는 곳곳에서 5.5G를 강조했다. 5.5G는 6G보단 속도가 느리지만 5G보다 10배 빠른 통신망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중국의 음식 배달 기업 메이투안이 활용하고 있는 자율 주행 배달 차량도 전시돼 있었다. 윤홍주 화웨이 이사는 “현재는 5G로 자율주행을 하고 있지만, 고용량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5.5G가 지원돼야 한다”며 “5.5G가 상용화되면 이런 서비스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에서 최대 규모로 구성한 중국 화웨이 전시관에 중국 음식 배달 기업 메이투안이 활용하고 있는 자율 주행 배달 차량이 소개되고 있다. 바르셀로나=강광우 기자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에서 최대 규모로 구성한 중국 화웨이 전시관에 중국 음식 배달 기업 메이투안이 활용하고 있는 자율 주행 배달 차량이 소개되고 있다. 바르셀로나=강광우 기자

중국이 6G가 아닌 5.5G를 강조하는 건 현재 5G 통신 장비 분야 강자이기 때문이다. 5G 시대를 연장하기 위해 6G로 가기 전 중간 단계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리펑 화웨이 수석부사장은 이번 MWC ‘5G 비욘드 그로스 서밋’에서 “올해 5.5G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여기에 AI와 클라우드가 융합하면 통신 시장 잠재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6G주도권 노리는 일본: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6G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필 테크(Feel Tech)’ 기술을 선보였다. 6G에선 시각과 청각 정보뿐 아니라 촉각과 미각 등 감각 정보까지 전달할 수 있다. 필 테크 존에서 엄지와 검지에 센서를 부착하고 XR(확장 현실) 기기를 쓰니 강아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가상의 강아지를 쓰다듬으니 센서를 통해 강아지 털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음식 맛도 공유할 수 있었다. 커피 머신처럼 생긴 기계에서 5세 아이가 느끼는 토마토 수프 맛의 액체를 뽑아 맛볼 수 있었다. 6G 시대엔 멀리 떨어져 사는 지인에게 집에서 만든 토마토 수프 맛을 전송할 수도 있게 된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한 관람객이 일본 NTT도코모 부스에서 6세대(G)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필 테크(feel tech) 기술을 경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강광우 기자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한 관람객이 일본 NTT도코모 부스에서 6세대(G)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필 테크(feel tech) 기술을 경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강광우 기자

일본이 6G에 적극적인 이유는 내년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에서 6G 시범 서비스를 선보여 주도권을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준지 와타나베 NTT도코모 선임 연구원은 일본의 6G 상용화 타임라인을 소개하며 “내년 오사카에 미래를 보러 와 달라”고 말했다.

◦UAM 가져온 한국: 한국 통신사들은 6G 전반 수요를 자극할 제품과 관련 기술을 전시했다. 특히 SK텔레콤과 KT는 모두 도심항공교통(UAM) 체험 서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종식 KT 네트워크연구소장은 “관람객들이 UAM을 보고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환경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관람객들이 SK텔레콤이 전시한 도심항공교통(UAM)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관람객들이 SK텔레콤이 전시한 도심항공교통(UAM)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