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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하얀 세상"…시력 잃은 아픔 공개한 앵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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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기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하얗게 보이기 시작했다." KBS 시각장애인 아나운서 허우령(25)이 14세 때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었던 아픔을 공개했다.

허 아나운서는 29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병이 생기던 상황을 회고했다,

KBS 제7기 장애인 앵커로 선발된 허우령씨. 사진 KBS

KBS 제7기 장애인 앵커로 선발된 허우령씨. 사진 KBS

허 아나운서는 "14살 때였다. 아파서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었다. 안 믿기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까 눈앞에 세상이 까맣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하얗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원인을 알지 못했다. 자고 일어나니까 눈앞에 안개가 있었다. 이후로 많은 병원에 다녔는데 '이 아이가 왜 시력이 나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허 아나운서의 질환은 시신경염이라는 희귀병이었다. 그는 "눈에 낀 짙은 안개만 걷어내면 다시 선명하게 볼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어린 나이였고 난생처음 겪어본 일이었다. 한순간에 시력을 잃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부모님께 처음 '눈이 안 보인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 장난치지 말라고 하시더라. 정말 많이 당황하시고 속상해하셨다. 그렇게 14살에 제 인생의 스톱 버튼이 눌렸다. 그때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고 전했다.

허 아나운서는 "그때부터는 듣는 것에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때 텔레비전 속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가진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며 "다행히 왼쪽의 시야가 조금은 남아 있다. 사람의 형태가 흐릿하게 보이는 느낌이고, '내 앞에 사람들이 있다' '지금 주위가 밝구나'하는 상상을 하면서 살고 있다. 청각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중 큰 것이 목소리다. 목소리로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허 아나운서는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안내견에 대해 "현재 7살이고 4년 동안 함께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허 앵커는 작년 KBS의 제7기 장애인 앵커에 선발돼 같은 해 4월부터 'KBS뉴스12'의 '생활뉴스'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허씨는 시각장애 특수학교 방송부 아나운서와 학생회장을 맡았다. 2021년엔 장애인식개선 교육 전문 강사 자격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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