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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부모가 버린 칠삭둥이, 병원 등이 100일 상 차려줬다

중앙일보

입력

부산 일신기독병원 의료진이 마련한 칠삭동이의 백일상, 부 연합뉴스

부산 일신기독병원 의료진이 마련한 칠삭동이의 백일상, 부 연합뉴스

외국인 부모로부터 버려져 한국에 홀로 남겨진 칠삭둥이 아기를 위해 병원 등이 백일상을 차려주고,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하는 등 온정의 손길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부산 동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일 부산 동구 일신기독병원에서 1.2㎏의 칠삭둥이가 태어났다. 이 아이의 부모는 당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아이의 엄마는 병원비를 벌어오겠다며 퇴원했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후 남자친구와 함께 6일 뒤 자신의 나라로 출국했다고 한다.

미숙아(未熟兒)로 태어난 아기는 처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태어난 지 2달여 동안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었고, 입으로 빠는 힘이 없어 관으로 수유하는 경관 수유를 해왔다. 그래서 현재 몸무게는 4.4㎏으로 6개월 된 아기 평균(8~1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동구 관계자는 “태어난 뒤 아이의 이름이 없어 병원에서 병원 이름인 일신으로 불렀는데 아이가 불러도 눈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아 현재 시각장애 및 청각장애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기의 이런 상황을 접한 동구는 지난해 10월 24일 부산가정법원에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신청했다. 아기가 의료기관이나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응급조치 등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한 것이다. 다행히 법원에서 이틀 뒤 임시 보호 명령이 나와 아기를 병원에서 돌볼 수 있었다. 이 조치에 따라 병원에서 3월 3일까지 돌본 뒤 4일부터는 부산 남구의 한 영아재활원으로 전원 돼 대학병원 등에서 정밀검사 등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병원 측에서는 아기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다. 백일을 맞았을 때는 아기에게 한복을 입히고 떡과 다양한 음식으로 꾸민 백일상도 차려줬다. 아기가 자주 우는 탓에 간호사들이 번갈아가며 아기를 안고 다른 일을 하는 등 엄마 못지않게 돌봤다고 한다.

동구 관계자는 “이 아이의 병원비는 UN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의료급여 1종 수급자로 인정받을 수 있어 대부분 면제됐고, 나머지 초과분은 병원 측에서 맡기로 했다”며 “또 아기에게 장애가 우려되는 만큼 받아주는 시설을 찾기 쉽지 않았는데, 영아재활원에서 큰 결단을 내려 아기가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사랑을 한창 받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아기가 버림을 받아 너무 안타깝다”며 “현재 경찰 등에서도 아기 엄마를 찾고 있는데 아기가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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