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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전국 韓여성 만났다" BBC가 본 출산율 세계 꼴찌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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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0.6명대 출산율을 앞둔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그 원인을 다룬 영국 BBC의 기사가 주목된다.

BBC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 발로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s)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날 오전 기준 BBC의 '가장 많이 읽은 기사'로 꼽혔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며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먼저 저출산의 원인으로 '남성육아 분담 부족'이 언급됐다. 한 TV 프로듀서 예진(30)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다"며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라고도 말했다.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스텔라(39)씨도 '남편이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느냐'는 말에 "설거지를 시키면 항상 조금씩 빠뜨린다"며 "믿을 수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근무로 인해 육아를 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예진씨는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BBC는 월요일에 출근할 힘을 얻기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곤 한다는 사연을 예진씨가 일상인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여성 경력 단절'도 언급하며 예진씨는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다"며 여동생과 뉴스 진행자 두 명이 퇴사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은 육아 휴직 후 해고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도 문제 삼았다. 스텔라씨는 "집값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며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게 하는 한국의 사교육 시장도 '독특하다'고 BBC는 평가했다. 스텔라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120만원)까지 쓰는 걸 봤는데 이런 걸 안 하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20대까지 공부하면서 너무 지쳤으며 한국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민지(32)씨의 사연도 다뤘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BBC는 한국 여성들의 교육과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지위와 야망이 커지는 등 가치관 변화와 사회적 요인이 저출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0.06명 준 수치다. 올해엔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압도적인 세계 1위 저출산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은 1.58명(2021년 기준)으로, 한국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02년 처음 초저출산(합계 출산율 1.3명 미만)에 진입한 뒤 단 한 번도 1.3명을 넘지 못했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인 나라 중 20년 이상 초저출산을 기록한 유일 국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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