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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2028년 미국서 3억 달러 매출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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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27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GC녹십자 오창 공장. 실내 온도가 7도 이하로 유지되는 작업장에서 두툼한 위생 방한복을 입은 직원들이 냉동 혈장 검수 작업에 한창이었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세포 성분을 분리하고 남은 액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혈장의 대부분(90%)은 수분이지만 7%가량은 알부민, 글로불린 등의 단백질 성분”이라며 “이곳에서 보관 중인 혈장이 혈액제제(혈장분획제제)의 재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가 오는 7월 미국에 출시 예정인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생산 기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알리글로는 혈장단백질로 만든 면역글로불린 제제로 선천성 면역 결핍, 감염 질환 등의 치료에 쓰인다. 국내에서는 2010년부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국산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리글로는 다음 달부터 GC녹십자 오창 공장에서 생산되며, 판매는 미국 자회사(GC바이오파마 USA)가 담당한다.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장 겸 GC바이오파마 USA 대표는 이날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라며 “2028년까지 3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혈액제제는 재료인 혈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 두 곳이 혈액제제를 생산한다. 이들은 대한적십자사에서 혈장을 원가 이하로 공급받고 있는데, 최근 헌혈자 수가 줄며 혈장 수급난을 겪고 있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 협약에 따라 혈액을 사고파는 매혈이 금지돼 있어 헌혈이 유일한 수급처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매혈이 가능한 미국에서 냉동 혈장을 수입해, 부족한 물량을 채우고 있다. 문제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수입 혈장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입 혈장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가격이 오르는 데 반해 국내 약가는 수년째 그대로라 관련 업체들로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 미국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약가는 국내보다 약 6.5배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올 초부터 미국 주요 전문약국(SP) 유통 채널과 계약을 추진하고 홍보용 영문 웹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알리글로를 통해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고자 하는 목적도 크다. 지난해 GC녹십자의 영업이익은 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57.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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