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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눈물 닦던 ‘연평해전의 딸’ 장교로…대통령도 목 메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조천형 상사의 딸 조시은 해군 학군사관후보생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조천형 상사의 딸 조시은 해군 학군사관후보생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충청북도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학군장교 임관식을 찾았다. 현직 대통령의 이날 임관식 참석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6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사회 혼란과 국론 분열을 목적으로 다양한 도발과 심리전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군은 국민과 함께 일치단결하여 대한민국을 흔들려는 북한의 책동을 단호하게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수한 대학생과 미래 세대가 망설임 없이 여러분의 뒤를 따르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 도중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조천형 상사의 딸 조시은 해군 학군사관후보생의 참석 사실을 언급하다 눈물을 참는 듯 잠시 침묵했다. 8초간 말을 잇지 못한 윤 대통령은 이후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지킬 여러분을 보니 정말 든든하다. 이게 바로 국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 6주년 기념식(2008년)에서 당시 6살이던 시은양이 어머니 강정순씨의 눈물을 닦아주던 모습. [뉴스1]

제2연평해전 6주년 기념식(2008년)에서 당시 6살이던 시은양이 어머니 강정순씨의 눈물을 닦아주던 모습. [뉴스1]

윤 대통령은 축사 후 간담회에서 조 후보생을 만나 말을 잇지 못한 이유를 전했다. 조 후보생이 윤 대통령에게 “제가 백일 때 아버지께서 순직하셨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해군 장교가 되겠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시은 양이 혹시 어머니 뱃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것은 아닐까 싶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안 계신 가운데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것이 대견하다”고 격려했다.

조 후보생은 6살 때이던 2008년 연평해전 6주기 추도식에서 어머니 강정순씨의 눈물을 닦아주던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유가족의 아픔이 또 한 번 국민에게 전달되는 계기였다. 지난해 2월 해군 간부가 되기 위해 부경대 해군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입단했고 내년 3월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고 육영수 여사의 충북 옥천 생가를 찾아 방명록에 “어려운 분들과 어린이를 사랑해주신 육영수 여사님의 어진 뜻을 기억하며, 국민을 따뜻하게 살피겠습니다”는 글을 남기고 헌화와 묵념으로 예를 표했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8월 이후 두 번째, 현직 대통령으로선 첫 방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띄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각별히 챙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TK(대구·경북)에 손을 내미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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