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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날 계모한테 쫓겨난 형제에…산타 되어 준 여 검사

중앙일보

입력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뉴스1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뉴스1

크리스마스 전날 계모에게 쫓겨난 형제에게 산타가 되어준 수원지검 검사와 수사관의 일화가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안겼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원지검 802호 최나영(51·사법연수원 35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 사무실에 지난달 11일 10대 형제가 찾아왔다.

이들은 지난해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김인선 검사(37·45기)가 수사한 이른바 '초등학생 형제를 상습 학대한 40대 계모' 사건의 피해자 A군(14)과 B군(12)이었다.

A군 형제의 계모는 2021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쇠자 등으로 형제를 때리거나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 상습 학대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계모는 2022년 크리스마스 전날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냈어야 할 형제들을 추운 길거리로 내쫓았다.

이후 A군 형제는 할머니와 지내게 됐다. 이 사정을 알게 된 최 부장검사와 김 검사, 박정애 수사관은 형제를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다 할머니로부터 "아이들이 크면서 추운 겨울에 맞는 옷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김 검사와 박 수사관은 지난해 연말 직접 옷 가게를 찾아 패딩을 산 뒤, 자필 카드와 함께 A군 형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냈다. 비용은 최 부장검사가 사비로 마련했다.

할머니는 "고맙고 감사한 검사님에게, 가장 추울 때 패딩 점퍼 사주셔서 너무 포근하고 따뜻하게 잘 입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의 손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검사는 패딩 선물과 함께 겨울방학 중 검찰청 초청도 약속했는데,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11일 검찰청 견학이 실제로 이뤄졌다. 사건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A군 형제는 어느덧 중학교 3학년과 예비 중학생이 됐다.

김 검사는 A군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며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도 된다"며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내기로 했다. 형제들은 이날 박 수사관과 방검복 등 수사장비를 체험해보고 검찰청사 1층에 있는 검찰역사교육관에서 교육도 받았다.

최 부장검사는 형제를 돕게 된 이유에 대해 "저도 아들을 둔 엄마라 아들을 보는 마음으로 도왔다"며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 부장검사 등의 일화는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 회의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오늘 검찰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더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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