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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개국 유효 법인세율 1.5%p 내릴 때 韓은 되레 3%p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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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일러스트=김지윤]

한국 경제. [일러스트=김지윤]

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6.5%로 전 세계 141개국 중 4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는 대체로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였다. 미국·프랑스(25.8%), 중국(25%), 이스라엘(23%), 홍콩(16.5%) 등 주요 선진국은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평균 명목 법인세율 7%p 하락할 때 韓 4.3%p↓

28일 OECD 한국대표부가 게재한 'OECD 법인세 통계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회피방지대책(BEPS) 프로젝트에 참여한 140여 개국의 평균 명목 법인세율은 2000년 28.1%에서 2023년 21.1%까지 7%포인트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은 30.8%에서 26.5%로 4.3%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2023년 기준 OECD 통계표에서 주요 선진국 중 한국보다 명목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는 호주(30%), 독일(29.9%), 일본(29.7%), 이탈리아(27.8%) 정도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조세 절감 효과를 반영한 평균 유효세율도 한국이 OECD가 집계한 89개국 평균보다 높았다. 전체 평균은 2017년 21.7→20.2% 소폭 감소했는데 한국은 22.9→25.9%로 더 올랐기 때문이다. 법인세 유효세율은 명목 최고세율과 각종 공제 제도·물가·이자율 등 거시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해당 국가의 기업이 적용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법인세 부담수준을 뜻한다.

앞서 지난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2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 비중(법인세 부담률)이 5.4%로 OECD가 한국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OECD 회원국 36개국 중 노르웨이(18.8%), 칠레(5.7%)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법인세 부담 커지면 기업 경쟁력↓

다른 나라에 비해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이 커질 경우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도 걸림돌이다. 세계 각국은 법인세 부담을 낮춰 자국 내 기업 투자ㆍ고용을 늘리려고 하는 배경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 수익이 높다면 법인세가 높아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가 법인세까지 높으니 투자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OECD는 '조세정책 개혁과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법인세는 성장에 가장 중요한 기업활동, 즉 자본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방해하므로 가장 해로운 벌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법정 법인세율을 낮추면 역동적이고 수익성이 높아 GDP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의 생산성이 특히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022년, 법인세 1%p 인하 그쳐

윤석열 정부도 법인세 인하 필요성에 공감해 지난 2022년, 문재인 정부 때 25%까지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2%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찔끔 인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아예 논의조차 없었고, 최근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방안에서도 법인세·배당세 등에 관한 내용이 빠져있어 일각에선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OECD 평균 이하 정도로 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라며 “법인세를 높여서 당장 세금을 많이 걷는 것보다 세율을 낮춰 기업이 성장하게 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률적인 인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체계가 워낙 복잡하고 집계하는 기관마다 기준도 달라 수치만 놓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지금 상황에선 세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깎아주기보단 소수 기업을 타깃으로 해 필요한 기업에 세액공제를 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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