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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만난 고진영 “3연패는 외면할 수 없는 도전”[HSBC 챔피언십]

중앙일보

입력

고진영이 2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년과 지난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정상을 밟았던 고진영은 “3연패는 외면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했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고진영이 2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년과 지난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정상을 밟았던 고진영은 “3연패는 외면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했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만난 고진영은 조금은 피곤한 표정이었다. 컨디션을 물으니 “계속 전지훈련을 하다가 태국을 거쳐 싱가포르로 오니까 피로가 쌓인 느낌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도 나이가 조금 들었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1995년생, 한국 나이로 어느덧 서른. 찬란했던 20대 시절을 마무리하고 골프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고진영을 2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6749야드)에서 만났다.

개막을 하루 앞둔 이번 대회 현장에선 고진영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2022년과 지난해 챔피언이 바로 고진영이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솔직히 말하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도전이다. 최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으면서 평소 하던 대로 해볼 생각이다. 쉽지 않아도 만약 3연패를 해낸다면 정말 엄청난 기록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때 고진영의 시선은 지난 2년간 우승을 향해 밟았던 탄종 코스 마지막 18번 홀(파4) 그린으로 향해있었다.

2008년 창설된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은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2009년 신지애가 처음 정상을 밟았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박인비와 장하나, 박인비가 차례로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2019년 박성현이 챔피언이 된 뒤 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취소된 2020년을 건너뛰어 이듬해 김효주가 다시 명맥을 이었다. 이 대회 최초로 3연패를 노리는 고진영은 “탄종 코스가 한국 선수들과 잘 맞는다기보다는 그냥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서 우승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고진영은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통해 데뷔했다. 입문 동기 백규정, 김민선5와 치열하게 벌인 신인왕 다툼에서 아쉽게 2위로 밀려났지만,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3승을 거두면서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이어 2017년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LPGA 투어로 진출한 뒤 지난해까지 통산 15승을 올려 한국 여자골프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했다.

고진영이 2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18번 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고진영은 이곳에서 열린 2022년과 지난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정상을 밟았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고진영이 2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18번 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고진영은 이곳에서 열린 2022년과 지난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정상을 밟았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간 느낌이라는 고진영은 “내게 골프 자체는 똑같다. 다만 그 골프를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프로에서만 10년을 뛰었지만, 늘 더 잘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몇 살까지 성장하고 싶으냐고 되묻자 “은퇴할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고진영은 1월 중순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샷을 점검하면서 올 시즌 개막을 준비했다. 고진영은 “사실 이번 동계훈련을 하면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골프는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꼈다. 가끔은 무념무상해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2년간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정상을 지킨 고진영. 사진 LPGA

지난 2년간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정상을 지킨 고진영. 사진 LPGA

고진영은 지난 2년간 손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허리도 삐끗해 진통제를 맞아야 했다. 다행히 회복 속도가 빨라 올 시즌에는 무리 없이 일정을 완주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 고진영은 “이제는 부상 없이 골프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전날 연습라운드와 이날 프로암을 돌며 코스를 점검한 고진영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11시 8분 셀린 부티에, 브룩 헨더슨과 함께 1번 홀(파4)에서 출발한다. 모두 66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는 고진영을 비롯해 신지애와 양희영, 김효주, 김세영, 전인지, 지은희, 최혜진, 유해란, 김아림, 이미향, 신지은 등 한국 선수 12명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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