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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흐느낀 '아내 살해' 변호사…유족 "연기 그만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아내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측이 2차 공판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족들은 "연기 그만하라"며 법정에서 소리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8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1)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살해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결코 아니다"며 "예기치 못한 다툼으로 인해 발생한 우발적 상해치사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행 도구는 (공소장에 적시된) 쇠파이프가 아니라 고양이 놀이용 금속막대"라며 "피해자를 수차례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모두 인정하지만, 이혼 다툼 중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범행했다는 공소사실은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평생에 걸친 사죄를 해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기에 엄중한 심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피고인도 '당시 무언가에 씌었는지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 측은 "피고인의 부친이 범행 경위와 성행·사회성 등을 알고 있다"며 다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알려진 A씨의 아버지를 양형 증인으로 신청했다. 양형 증인은 유·무죄와 관련 없이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신문하는 증인을 말한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 의견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서로 충돌할 수 있다"며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A씨는 이날 변호인의 의견 진술을 듣다가 큰 소리로 흐느끼기도 했다. 이에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들은 A씨를 향해 "연기 그만해" "그런다고 살아 돌아오냐"고 외쳤다. 이들은 준정부기관에 근무했던 피해자가 전날 받은 국회의장상 상장과 명패를 들고 있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아파트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후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 등을 수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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