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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하나 2억 더 드는데…" 의대증원 신청 마감 앞둔 대학 고민 셋

중앙일보

입력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제78회 전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제78회 전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닷새 남은 의대 증원 신청을 앞두고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 증원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교수 채용과 예산 확보 등 현실적인 과제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교육부는 다음 달 4일까지 전국 40개 의대에 증원 신청 규모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2000명의 증원분을 대학별로 배분하기 위한 절차다. 정부는 이번 신청을 토대로 다음 달 말까지 배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학령인구 주는 데…지역인재전형 늘리면 성적 떨어질라 

이번 증원으로 모집 정원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건 비수도권 의과대학의 지역인재전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인재전형은 지원자를 각 대학 인근 지역의 고교 출신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정부는 해당 전형 비중을 전체 의대 정원의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종로학원이 지방의대 26개교의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60% 이상의 정원을 지역인재로 선발하는 의대는 7곳에 불과했다. 의대 증원이 현실화되면 다른 지방의대들도 지역인재전형의 비중을 늘릴 전망이다.

권역별 의대. 교육부 자료

권역별 의대. 교육부 자료

문제는 지역의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의 고3 39만 4940명 중 절반가량인 19만3058명(48.9%)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몰렸다. 비수도권 학생은 지역별로 3530명(세종)에서 많게는 2만 6582명(경남)에 그친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지역인재전형의 조건을 충족하는 지원자 풀(Pool)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원자가 줄면 입학 성적도 자연스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입시업계에서는 “지역인재 정원을 충원하기 위해 수능 최저 기준을 낮출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영남권 대학 총장은 “지원자가 출신 고교 권역의 의대에만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을 풀어야 한다”며 “비수도권 학생은 서울·인천·경기 제외한 모든 의대에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의대는 수년째 교수 채용난”

늘어난 학생에 맞춰 교원을 확보하는 것도 지역 의대의 고민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는 교수 1인당 학생 8명을 배정한다는 교원 확보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예과 학생이 실습이 많은 본과에 돌입할 때까진 2년의 시간이 있는 데다, 이미 대부분 의대는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의대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곳을 제외하면 100% 이상을 충족한다.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현장에선 실질적으로 의대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의 수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 지역 의대 학장은 “대학 소속 병원의 의사들도 모두 교원 신분으로 소속돼있기 때문에 착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부학, 생리학 등 진료를 보지 않고 강의만 하는 기초의학 분야의 비임상 교수는 전국 모든 의대에서 부족하다”며 “예컨대 해부학 교수들은 수십 년째 후배가 들어오지 않아 50대 이상의 고령자가 많고, 한 학기씩 수업하다 보면 성대결절에 걸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학장은 “임상 교수의 경우 강의뿐 아니라 외부 환자 진료, 응급 수술 등 다양한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며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대학교수는 개원의보다 비선호 직군이기 때문에 채용을 한다고 공고해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결국 아는 사람들을 통해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베드 하나에 수억, 지방 사립의대 불리” 

26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이동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은 지난 19일부터 전국 의대생 총 1만8793명 중 65.2%가 휴학을 신청했다. 뉴스1

26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이동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은 지난 19일부터 전국 의대생 총 1만8793명 중 65.2%가 휴학을 신청했다. 뉴스1

의대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다. 의대는 실습수업이 많고 교원 인건비가 많이 들어 상당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의대 신설을 준비했던 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는 돈 없는 대학은 꿈도 못 꾸는 그림의 떡이고, 있는 대학엔 독이 든 성배이자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한 전직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는 사실상 대학에선 적자 학과”라며 “10년 전만 해도 실습 병상 하나 만드는데 2억 원쯤 필요했고 지금은 그보다 더 든다”고 말했다. 한 지역 사립대 의대 학장은 “결국 실습 베드 확보가 관건인데 수도권 병원에서는 향후 5년간 6000개가 넘는 베드가 늘어날 예정”이라며 “재정이 충분한 수도권 빅 5 의대나, 이번 복지부 정책을 통해 10조 원의 지원을 받게 되는 국립대에 비해 지방 사립대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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