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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8년 나훈아 “박수칠 때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27일 편지를 통해 ‘마지막 무대’ 계획을 밝힌 가수 나훈아. [사진 예아라·예소리]

27일 편지를 통해 ‘마지막 무대’ 계획을 밝힌 가수 나훈아. [사진 예아라·예소리]

가수 나훈아(77·본명 최홍기)가 데뷔 58년 만에 은퇴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면서 오는 4월부터 시작하는 전국 투어를 ‘마지막 콘서트’라 예고했다. 직접 은퇴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올해 콘서트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나훈아는 27일 소속사 예아라·예소리를 통해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한발 또 한발 걸어온 길이 반백 년을 훌쩍 넘어 오늘까지 왔다”며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나훈아가 ‘마지막 콘서트’라고 지칭한 공연은 4월부터 시작하는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다. 4월 27일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청주(5월 11일), 울산(5월 18일), 창원(6월 1일), 천안(6월 15일), 원주(6월 22일), 전주(7월 6일) 등에서 이어지는 전국 투어다. 소속사 윤중민 대표는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 공지할 것”이라고 알렸다.

27일 편지를 통해 ‘마지막 무대’ 계획을 밝힌 가수 나훈아. [사진 예아라·예소리]

27일 편지를 통해 ‘마지막 무대’ 계획을 밝힌 가수 나훈아. [사진 예아라·예소리]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해 50년 넘게 ‘가황’으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한국적 정서를 녹인 곡을 직접 만들고, 공들인 화려한 무대로 공연 매진 행렬을 기록해왔다. 폄하됐던 트로트를 전통 가요 장르로 격상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목포 출신 남진과 각각 영호남을 대표하며 1970년대 가요계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2007년 건강 이상설 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던 그는 2017년 11년 만에 새 앨범 ‘드림 어게인’을 들고 컴백했다. 이후 매해 신보를 내거나 콘서트를 열면서 ‘노년돌’로 불렸고, 2020년 KBS 추석특집 공연에선 그해 발매된 앨범 타이틀곡 ‘테스형!’을 불러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음악 활동은 최근까지도 활발했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새벽’에선 수록된 6곡을 모두 타이틀로 내세우며 전곡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6번째 트랙 ‘기장 갈매기’ 뮤직비디오에선 청바지 차림으로 양손을 교차해 날개처럼 퍼덕이는 ‘갈매기 춤’을 추면서 유튜브 등에서 화제를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작곡가는 “나훈아가 무대에 설 때마다 박수가 끊이기 전에 내려가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드문드문 했었는데, 그런 평소의 생각이 바탕이 돼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나훈아와 친분 있는 가요계 관계자는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것에 대해 떨리고 두려운 마음을 토로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70대 후반을 향하는 나훈아의 이러한 선택은 ‘노래 영웅’ 이미지를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함으로 해석된다”며 “죽는 날까지 노래하겠다는 가수가 있는 반면, 좋은 상황에서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 역시 아티스트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은퇴라는 표현보다는 무대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좋은 노래를 만들어서 음원으로 언제든 낼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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