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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은퇴? 태극마크 연장? 특별귀화선수 라건아의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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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오른쪽)가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FIBA 아시아컵 예선 태국전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라건아(오른쪽)가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FIBA 아시아컵 예선 태국전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특별귀화선수’ 라건아(35·부산 KCC)는 계속해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빌 수 있을까. 지난 6년간 남자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라건아의 향후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월 A매치를 통해 ‘일단’ 태극마크와 작별을 고했지만, 앞으로도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어 농구계의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미국 태생의 센터 라건아는 2012년 미주리대 졸업 후 곧장 울산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KBL로 건너왔다. 당시 이름은 리카르도 라틀리프. 타고난 체력과 파워풀한 골밑 공격력, 준수한 스프린트를 앞세워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거듭났다.

이후 서울 삼성으로 둥지를 옮긴 라건아는 한국 국가대표로 뛰기 위해 전격 귀화를 택했다. 만만치 않은 법무부 특별귀화 과정을 거쳐 2018년 1월 라건아라는 이름의 특별귀화선수가 됐다. 이어 바로 다음달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홍콩전을 통해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문태종-문태영 형제와 달리 혼혈이 아닌 선수로는 처음으로 귀화를 선택한 라건아는 빅맨이 귀한 한국 농구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런데 최근 FIBA 아시아컵 예선 1·2차전이 마무리되면서 라건아의 거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라건아를 중심으로 대한민국농구협회(KBA)와 한국농구연맹(KBL) 그리고 소속팀 KCC가 모두 엮인 4자 계약이 5월 31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라건아는 2018년 4월 KBL 특별귀화선수 드래프트에서 친정팀 현대모비스의 선택을 받아 국가대표 출전이 포함된 3년(2018년 6월~2021년 5월) 계약을 맺었다. 이 사이 2019년 11월 KCC로 트레이드됐고, 2021년 5월 다시 열린 특별귀화선수 드래프트에서 단독 입찰한 KCC로 재지명됐다. 모두 3년짜리였던 두 계약의 핵심은 라건아의 A매치 출전 수당을 KBA와 KBL이 나눠 부담하는 것이었다. 이 독특한 형태의 계약서를 안고 6년간 KBL 선수 겸 국가대표로 활약한 라건아는 당분간 A매치나 국가대표 소집이 없어 지난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태국전을 끝으로 태극마크와 일단 작별했다.

2018년 1월 특별귀화선수가 된 라건아(가운데)가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1월 특별귀화선수가 된 라건아(가운데)가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제 관심사는 라건아가 계속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느냐 여부다. 여기에는 여러 쟁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5월로 KCC와의 계약이 끝나는 라건아는 앞으로도 KBL 선수로 활약해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와 더불어 KBA가 라건아를 계속해서 국가대표로 발탁하는 것도 필수요소다. 물론 여기에는 KBA와 KBL 그리고 5월 이후의 라건아 소속팀이 새로운 국가대표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린다.

1989년생인 라건아는 이번 아시아컵 예선 엔트리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경기에선 나름의 몫을 다했지만, 갈수록 소속팀과 국가대표에서 비중이 떨어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농구계 일각에서 라건아를 대체할 새로운 특별귀화선수 발굴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KBA 문성은 사무처장은 27일 통화에서 “특별귀화선수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KBA로선 라건아의 향후 국가대표 기여도를 우선 평가해야 하는데 조만간 안준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특별귀화선수를 찾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 전 특별귀화선수 드래프트에서 라건아는 센터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연봉과 세금 보전 등을 포함해 매년 10억원 이상의 몸값이 들어 다른 구단은 영입 경쟁에서 발을 뺐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일단 라건아가 KCC나 새로운 소속팀과 계약을 해야 국가대표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이때, 라건아를 지금처럼 일반 외국인선수로 봐야 할지, 그간의 공헌도와 현재 나이를 고려해 출전시간 제한이 풀린 국내선수로 봐야 할지도 거취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라건아가 35살이 된 후에는 국내선수로 신분을 바꿔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나왔다.

한편 이번 아시아컵 예선에서 주장을 맡았던 라건아는 “외국인 최초로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게 해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6년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도 “국가대표 재계약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다. KBA와 KBL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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