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멕시코 공장 추진…미국 “핫케이크처럼 팔릴 것”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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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습격 공포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BYD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BYD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초저가 전기차가 ‘핫케이크’처럼 팔리고, 미국인들은 이를 먹어치울 것이다. 결국 미국 차 산업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중국 비야디(BYD)의 ‘멕시코 징검다리’ 전략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자동차연합(AAA)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전기차를 ‘핫케이크’에 비유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AAA는 “중국 정부의 비호와 자금지원을 받은 값싼 중국 차가 미국 시장에 도입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중국 차에 열려있는 멕시코의 ‘백도어’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는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미국 산업계의 숨통을 틔워주는 생산기지다. 미 제너럴모터스(GM)·포드가 공장을 세우고 스텔란티스·테슬라 등도 진출을 추진해온 이유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BMW, 일본 토요타·혼다, 한국 기아도 멕시코를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징검다리로 이용했다.

미국에서 “백도어를 막아버리자”는 주장이 나온 건, 중국 비야디(BYD)가 멕시코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다. 중국 기업은 미국과의 ‘디커플링’ 국면 속 멕시코를 대미 수출 우회로로 적극 활용해왔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對) 멕시코 수입액은 4756억 달러(약 633조7400억원)로, 중국(4272억 달러)을 앞섰다.

AAA는 IHMH법(미국에서 개발·제조를 모두 한 기업에만 혜택)을 제정하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차에 배타적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는 중이다. 또 중국을 겨냥해서는 경제제재·인권 카드까지 꺼냈다.

국내 기업들의 멕시코 의존도는 높지 않다. 기아는 2016년부터 멕시코에 40만대 생산 가능한 공장을 가동 중인데, 지난해 가동률은 66.3%(26만5000대)에 불과했다. 대신 미 공장의 가동 스케줄을 앞당기고 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예정보다 앞당겨 오는 10월 가동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이 미국의 불확실성에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통상 전문가인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전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미국 산업 우선 육성’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동맹·연대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냉정하게 살아남을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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