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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중 "佛영화계, 인신매매 은폐"...여배우에 기립박수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현지시간) 제49회 세자르 시상식에 참석한 프랑스 여배우 쥐디트 고드레슈. EPA=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제49회 세자르 시상식에 참석한 프랑스 여배우 쥐디트 고드레슈. EPA=연합뉴스

프랑스 여배우 쥐디트 고드레슈(51)가 영화제 시상식에서 프랑스 영화계가 '여성의 불법 인신매매'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성관계 장면 촬영 강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영화감독을 고소한 상태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프랑스 최대 영화제인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고드레슈는 프랑스 영화계가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프랑스 방송에 생중계됐다.

고드레슈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고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이 예술이 젊은 여성에 대한 불법 인신매매를 덮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왜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우리는 강간죄로 고발당한 남성들이 더 이상 영화계를 지배할 수 없도록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드레슈는 1998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출연한 영화 '아이언 마스크'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여배우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전적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통해 미성년자였던 시절 영화 촬영장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30여년 전 당시 43세였던 영화감독 자크 두아용이 15세였던 자신에게 성관계 장면을 마흔다섯 테이크에 걸쳐 촬영할 것을 고집했다며 "그 더러운 두 손을 내 가슴에 갖다 댔다"고 주장했다. 두아용 감독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고드레슈를 거짓 주장을 한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드레슈는 14살이던 1986년부터 6년간 당시 40대였던 감독 브누아 자코와 교제했으며, 그 기간 자코 감독이 자신에게 폭행과 성적 학대를 일삼았다고도 주장했다. 고드레슈는 자코 감독을 미성년자 강간 및 폭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고드레슈는 이날 시상식에서 "내가 말하는 것이 나의 과거라고만 생각하지 말라"며 "내 과거는 내게 자신들이 겪은 피해 증언을 보내온 2000여명의 현재이자, 아직 자기 스스로 증인이 될 힘이 없는 모든 이들의 미래"라고 말했다.

고드레슈의 이같은 발언에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도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다티 장관은 이날 시상식이 열리기 전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고드레슈의 '미투'를 지지한다며 프랑스 영화 산업이 "수십 년째 성폭력에 집단으로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것은 예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 범죄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 일이 프랑스 영화계가 심오한 자아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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