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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거래한 줄 알았는데"…가짜 거래소로 48억 빼돌린 개발자

중앙일보

입력

금융투자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꾸민 가짜 선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만들어 운영한 개발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정은영 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정보통신이용촉진·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추징금 1억2400만원도 함께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가짜 HTS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불법 금융투자상품시장을 개설하고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개발한 HTS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실시간 시세에 따라 증권·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해당 프로그램에 코스피200, S&P500, 나스닥, 유로FX 등 각종 지수를 연동시켜, 실시간 시세에 맞춰 선물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를 위해 선물거래 실시간 시세 차트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곳에 가입해 데이터를 받기도 했다.

A씨를 포함한 ‘공급책’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이를 홍보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운영책’이 움직였다. 운영책은 유튜브나 카카오톡 채팅방 등에서 사용자를 모집하고, 사용자의 입·출금 요청에 따라 HTS 시스템에 돈을 이체·인출하는 일 등을 맡았다. 이후 A씨는 필리핀에 있는 사무실 등에서 프로그램 업데이트, 서버 관리, 장애 발생 대응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일당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HTS 회원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48억원 상당의 돈을 송금받았다.

정은영 판사는 양형 이유에 대해 “사행심을 조장하고 금융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조직적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조직적 범행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 금액이 48억원이 넘는 아주 큰 금액”이라며 “A씨가 전체 범행조직에서 필수적 역할을 수행했으므로 범행 전체에 대한 가담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법망을 피해 필리핀에서 범행했고, 현지에서 범행수익으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며 생활했다”면서 “불법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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