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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주역’ 커틀러 “트럼프, 한국에 10% 추가관세? FTA 위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사무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코트라 워싱턴사무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사무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코트라 워싱턴사무소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우리의 의무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사무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모든 수입품 10%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이 양국 간 FTA 협정을 맺은 한국에도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커틀러 부소장은 “제가 가진 의문은 그 방침이 FTA 파트너에게도 적용되느냐는 것”이라며 “FTA 협정에 따라 안 되는 것이 바로 두 파트너 간 관세를 임의로 인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 한ㆍ미 FTA 재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들(트럼프 정부)도 이 협정에 대한 지분(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커틀러 부소장은 2006~2007년 한ㆍ미 FTA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양국 FTA 탄생의 주역이다. 2015년부터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국제 통상 이슈를 다루고 있다.

커틀러 부소장은 미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반도체 기업 보조금 지급 전망과 관련해 “앞으로 몇 주, 몇 달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과 대만 TSMC 등을 포함해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보조금이 분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 느낌으로는 보조금 신청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현황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증가 추세로 트럼프가 무역적자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미국의 대(對)중국 디커플링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틀러 부소장은 “(트럼프 정부 때 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말과 글을 보면 알 수 있다”며 “그는 더 많은 디커플링이 필요하며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정말로 단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오른쪽)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사무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진행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코트라 워싱턴사무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오른쪽)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사무소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진행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코트라 워싱턴사무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해외 모든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데.
“세부 언급은 없으니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모든 무역 파트너에게 10% 관세를 추가 적용하는 것은 미국을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60% 이상 급격히 인상하겠다고도 한다. 현재 중국은 (적성국가로 분류돼) 25%의 관세가 적용되는데 여기에 60%가 추가 적용되면 85%가 된다. 관세가 그렇게 높으면 미국에서 판매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각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황을 다시 야기할 거라고 본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인데, 그런 한국에도 10% 관세 추가 부과 방침이 적용될까.
“제가 가진 의문은 ‘10% 추가 관세’가 FTA 파트너에게도 적용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FTA에 따른 우리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FTA에 따라 안 되는 것이 바로 두 파트너 간의 관세를 임의로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한국과 체결한 협정의 일부이며, 솔직히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재협상이 이뤄졌다. 따라서 그들도 이 협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자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 파운드리스에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언제, 어느 정도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기업들과의 보조금 협상이 꽤 복잡하고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몇 주, 몇 달 내에는 한국 기업들과 TSMC를 포함한 다른 기업들에게도 보조금이 분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업들은 보조금 세부 조항에 들어 있는 초과이익 공유제나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등 불합리한 요건들의 완화를 요구하는데.
“그런 점들이 보조금 분배 협상에서 나오는 난제다. 하지만 제 느낌으로는 보조금 신청 기업들과 미 정부 간에 좋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중국 디커플링에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행정부 때 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말과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더 많은 디커플링이 필요하며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정말로 단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다. 사람들은 디커플링을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트럼프 재집권 시) 다시 디커플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데.
“트럼프가 무역적자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어떤 경제학자는 무역적자에는 거시경제적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하고 때로는 무역적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현재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증가 추세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는 무역수지에 왜 그렇게 집착하나.
“그는 무역적자가 나쁜 것이라고 열정적으로 믿는다. 그는 미국이 한 나라에 판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사들이고 있다면 그런 관계는 우리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우리는 무역 파트너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웬디 커틀러는

1988년부터 28년간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통상 문제를 다룬 미국 내 통상 분야 최고 베테랑 중 한 명이다. 2006~2007년 한ㆍ미 FTA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와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협상을 타결했다. 당시 한국 측 협상 대표단은 통상 관례와 한국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던 커틀러 수석대표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협상 카운터파트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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