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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팔게' 보단 '따로 팔게' 초점...고위험 ELS 이렇게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고위험 금융 상품의 은행권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다만, ELS 상품 판매 금지보다 창구 분리 등 판매 방식 개선에 일단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ELS 상품, 예금과 구별해 팔아야”

25일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ELS는 투자 상품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마치 고금리 예금 상품처럼 은행이 판매한 것이 문제”라면서 “고위험 금융 상품임을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게 판매 과정에서 분리·구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ELS는 고위험 금융 상품 판매 자격만 갖추면, 예금 창구에서도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ELS를 마치 예·적금같이 안전한 상품으로 오인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ELS로 손실을 본 소비자 중에는 은행에 목돈을 예금하러 들렸다가 수익률이 높다며 관련 상품을 추천받은 사례가 많다.

유력한 방안은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처럼 ELS 판매 창구를 다른 예·적금 창구 등과 분리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 창구는 대출 창구와 구별하게 돼 있다. 대출을 신청하는 소비자의 불리한 입지를 악용해 은행이 보험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 영업을 막기 위해서다. 판매 창구가 나뉘면 판매자의 자격 요건과 판매 절차 등도 이에 맞춰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전부터 판매 창구를 프라이빗뱅킹(PB)으로만 제한해 왔다. 이 영향에 이번 ELS 사태에서 손실을 본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판매 금지엔 신중…“금융 접근성 제한”

일각에서 제기한 ELS 등 고위험 파생상품의 은행권 판매 금지에 대해서 금융당국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 소비자의 금융 상품 접근성이 제한되는 부작용도 있어서다. 또 지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금융당국이 ELS 판매를 허용한 점도 부담이다. 당시 결정을 뒤집고 은행권의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은행권의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할지는 일단 불완전판매 여부가 충분히 입증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검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런 판매 방식 개선에 부정적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도 창구 분리했지만, 불완전판매 이슈가 항상 있었다”면서 “지금처럼 손해가 났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책임을 압박하면, 어떤 식으로 팔아도 늘 문제는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빠르면 이번 주 발표할 ELS 책임분담안은 과거 DLF보다 더 다양한 유형을 세분화해 보상비율을 적용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과거 DLF 사태 때 대표 유형 6가지를 구별해 40~80%의 배상 비율을 일괄적으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DLF와 달리 ELS는 주로 판매 과정 부실에만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실제 보상받을 수 있는 상황과 요건이 상대적으로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배상안 확정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책임분담안은 금감원의 생각하는 배상안 초안이기 때문에 은행권과 합의돼야 최종 배상안이 된다. 배상안 확정돼도 개별 소비자가 해당 사례에 해당하는지 확인 필요해 실제 적용엔 시간이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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