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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과학? 이젠 예술...韓가구, 고급화로 日이케아와 맞짱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 2층에 일본 가구·인테리어 기업 ‘니토리’ 한국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전시품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 2층에 일본 가구·인테리어 기업 ‘니토리’ 한국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전시품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월 이사철을 앞둔 가구업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혼인·출산율이 저조한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며 전통적인 성수기인 봄에도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서다. 여기에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까지 국내에 상륙하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자 국내 가구업계는 ‘고급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日 최대 홈퍼니싱 업체, 국내 진출 본격화

25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일본 최대 홈퍼니싱업체 니토리가 지난 22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국내 2호점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이마트 하월곡점에 1호점을 낸 이후 3개월 만이다. 1967년 일본에서 시작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미국 등 전 세계 약 9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니토리는 침대, 소파 등 가구를 비롯해 침구, 수납용품, 생활용품 등 가정용 가구·인테리어 제품 전반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 기획부터 제조, 물류, 판매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해 제품군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 것이 장점. 조립형 제품과 오프라인 쇼룸을 앞세운 점은 이케아와 닮은꼴이다.

2호점 개장 행사에 참석한 타케다 마사노리 니토리홀딩스 회장은 “한국은 니토리의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꾸준한 신규 출점과 빠른 점포망 구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니토리는 올해 국내 매장 수를 10개로 늘리는 등 2032년까지 200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초기에는 입지가 좋은 대형마트 위주로 입점해 가족 단위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9년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노노재팬 8.15 시민행진 준비단이 제작한 깃발. 뉴스1

지난 2019년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노노재팬 8.15 시민행진 준비단이 제작한 깃발. 뉴스1

지난 2019년 이른바 ‘노노 재팬’으로 증폭됐던 일본산 불매 운동이 최근 수그러든 점은 니토리에 유리한 상황이다. 2020년 매출이 반토막 났던 한국 유니클로(일본 패스트리테일링, 한국 롯데쇼핑 합작 법인)는 2022년 반등에 성공하며 지난해에는 1조 매출(2023년 회계연도 기준 9219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양품기획과 롯데상사의 합작 법인인 무인양품도 2023년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케아 수익성 못 따라가는 국내파

지난 1월 경기도 ‘스타필드 수원’ 6층에 문을 연 한샘의 홈퍼니싱 전문 매장. 사진 한샘

지난 1월 경기도 ‘스타필드 수원’ 6층에 문을 연 한샘의 홈퍼니싱 전문 매장. 사진 한샘

국내 가구·인테리어 시장을 장악한 이케아에 이어 ‘일본판 이케아’ 니토리까지 상륙하자 토종 가구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한샘, 현대리바트 등은 홈리모델링 사업을 겸하고 있어 이케아보다 매출 규모가 큰데도 영업이익으로는 이케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케아코리아는 경기 침체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8%나 줄었는데도 가구업계 중에선 가장 많은 이익(2023 회계연도 기준 26억원)을 남겼다. 지난해 한샘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영업이익 19억4000만원)했지만 현대리바트(199억원 손실)와 신세계까사(169억원 손실)는 여전히 적자다.

고급화로 시장 개척 나서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가성비’로 승부하는 해외파의 공습에 국내 가구업계는 ‘고급화’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불황기에는 저가의 가성비 제품과 초고가 제품으로 소비가 양극화된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대신 중장년층 인테리어 수요를 노린 전략이다. 한샘은 지난 2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건축 박람회 ‘코리아빌드’에서 신규 프리미엄 붙박이장 브랜드 ‘시그니처’를 공개했다. 나무와 금속, 가죽 질감을 구현한 표면재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수납 가구를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까사도 지난 2019년 까사미아가 선보였던 프리미엄 가구 컬렉션 ‘라메종’을 리뉴얼했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가구를 넘어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없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존의 ‘프렌치 모던’ 양식을 한층 강화한 라인업으로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등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다양한 시도로 국내 가구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구·인테리어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가운데, 고가 제품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에서는 지난해 생활 분야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가량 성장했다. 1억 원짜리 해스텐스 침대, 3500만원짜리 덕시아나 침대 등 고가 제품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은 나빠지는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구조”라며 “고급화로 차별화해야 국내 가구 브랜드의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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