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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樂山樂水(요산요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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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즐기고, 어진 사람은 산을 즐긴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 공자의 말이다. 여기서 지자(知者)와 인자(仁者)의 삶을 겸하라는 축원의 4자성어 ‘요산요수(樂山樂水)’가 나왔다. ‘樂’의 발음은 3종이다. 음악(音樂)을 말할 때는 ‘악’, 즐겁다는 뜻으로 쓸 때는 ‘락(낙)’, 즐긴다는 뜻일 때는 ‘요’로 읽는다. 공자가 나열한 이미지 ‘지혜로운 사람=물=움직임=즐겁게’ ‘어진 사람=산=고요함=장수’로 가늠해보면 지자와 인자의 각 형상이 그려진다. 인과 지를 겸비한 ‘요산요수’의 인품이라면 더없이 좋으리라.

樂: 즐길 요. 산을 즐기고 물을 즐기다. 25x70㎝.

樂: 즐길 요. 산을 즐기고 물을 즐기다. 25x70㎝.

추사 선생은 “정좌처다반향초(靜坐處茶半香初),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라는 대련(對聯) 작품을 남겼다. 고요할 정, 앉을 좌, 곳 처, 차 다, 반절 반, 향기 향, 처음 초 / 오묘할 묘, 쓸 용, 때 시, 물 수, 흐를 류, 꽃 화, 필 개. “고요히 앉아있는 곳, 차는 반쯤 우러나고 향도 막 피어오르고 / 지혜를 묘하게 쓸 때, 물은 흐르고 꽃도 피네”라는 뜻이다. ‘요산요수’에 대한 주석인 듯, 인과 지의 조화를 표현한 명구이다. 배낭을 멘 그대여! ‘요산요수’의 경지에 오르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