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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원·집 바깥의…그 시절 소녀들 이야기 들어볼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이금이 작가는 지난달 한국인 중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결손가정 문제 등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다룬 것이 많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금이 작가는 지난달 한국인 중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결손가정 문제 등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다룬 것이 많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테디셀러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 『유진과 유진』(2004) 등을 쓴 이금이(62) 작가가 지난달 22일 ‘아동문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최종 후보(6인)에 올랐다. 1984년 단편 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데뷔해 가족 결손, 아동 성폭력 등 청소년의 현실을 반영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아 온 작가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 동화작가 한스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년 제정된 아동문학상이다. 2년마다 글·그림 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인으로는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 작가가 2022년 안데르센상 그림 작가상을 받았다.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최종 수상자 발표(4월 8일)를 기다리고 있는 이 작가를 지난 8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 등 작품 세계가 점점 확장하는 느낌이다.
“청소년 소설 작가로서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쓰다 보니 작품의 무대가 학교·학원·집으로 한정되더라. 그런 점이 답답해서 시공간을 넓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한국 청소년들은 발 밑만 보면서 살지 않나. 코 앞의 입시만 생각하면서. 독자들에게 다른 시절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고 더 넓은 세상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일제 강점기에 하와이로 시집간 소녀들의 이야기(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나 일본·러시아·미국을 넘나들며 운명을 개척한 식민지 여성들의 이야기(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가 그렇게 나왔다.”
가혹한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삶이 뭉클하다.
“배경은 일제 강점기지만 민족·이념 같은 거창한 주제보다 그 시절을 치열하게 살아냈던 젊은 여자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속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삶이라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썼다고 들었다.
“일제 강점기 많은 한국 남성이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해 하와이로 떠났는데, 대부분이 ‘사진 중매’를 통해 결혼했다. 직접 한국에 건너와 선을 볼 수 없으니 사진 한 장과 대강의 정보만 교환한 후 여성이 하와이로 이주하는 식이었다. 남자 사진 한 장만 믿고 망망대해를 건너는 열여섯 소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설이 됐다.”
디아스포라 소설인 만큼 해외 독자들의 반응도 좋을 것 같다.
“이민자의 삶, 소수자의 삶을 다룬 디아스포라 소설은 영미권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소설 장르가 된 것 같다. 특히 미국은 이민자들로 시작된 나라여서인지 디아스포라 소설에 관심이 많고 한국 역사에서도 보편성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떻게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가 됐나.
“어릴 때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작가를 꿈꿨는데, 내 마음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전부 아이들 이야기더라. 어린 시절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 것이 동화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화를 쓰게 됐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성인 독자도 많다.
“1차 독자를 어린이·청소년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지만, 성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두 그 시기를 지나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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