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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때 이승만 다큐 방송…건국전쟁 계기 다양성 존중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인규

김인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개봉(1일) 24일 만에 누적 관객 92만명을 돌파했다.

이 전 대통령 관련 다큐는 방송에선 2011년 KBS에서 방영된 바 있다.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 대통령 이승만’ 3부작이다. 이 전 대통령의 뉴욕 카퍼레이드 장면은 ‘건국전쟁’에 앞서 이 다큐에서 처음 공개됐다. KBS 노조와 진보·역사 단체의 반발에도 당시 김인규(74·사진) KBS 사장은 방송을 강행했다.

현재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사장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2011년 KBS에서 이승만 다큐를 만들 때만 해도 ‘독재 찬양 방송’이라는 비난과 압박에 시달렸다”면서 “그 일로 역대 대통령, 경제 인물들을 다루려던 특별 기획이 올스톱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다양한 분야에서 객관성을 담보한 다큐를 만드는 데 ‘건국전쟁’이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1973년 KBS 공채 1기 기자로 입사, 정치부장·뉴욕지국장·보도국장 등을 거쳐 2009년 제19대 사장에 취임했다. 2011년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회장을 맡고, 이듬해 국제 에미상 공로상을 받았다.

KBS 특별 기획 다큐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2011년 9월 28~30일 방영됐다. 1편 ‘개화와 독립’, 2편 ‘건국과 분단’, 3편 ‘6·25와 4·19’의 총 3부작 구성이다. 김 전 사장에 따르면, “7000만~8000만원이던 다큐 편당 제작비를 1억원 넘게 배정한” 대작이었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9월 다큐 제작 PD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한국전쟁 10부작 시리즈 같은 것을 만들고 싶은데 먼저 인물 다큐로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다큐를 예로 들기에 제가 ‘이왕 만들려면 이승만 대통령부터 역대 모든 대통령을 순서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뉴라이트의 이승만 부활 프로젝트”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당초 5부작 기획이 3부작으로 축소되고, 방영 일정도 예정보다 늦춰졌다.

김 전 사장은 13년 만의 이승만 다큐 흥행 요인을 ‘목마름’으로 분석했다. “좌파 시각의 다큐가 많다가 우파적 다큐가 나와 반작용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건국전쟁’에서 “미국 워싱턴에 이승만이 아닌 서재필 동상이 있다고 지적한 것, 김구에 대한 여러 역사적 평가를 묘사한 부분은 정파적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반면 다큐가 “‘런승만’ 오명을 씻어준 부분, 3·15 부정선거가 부통령 선거였다는 걸 분명히 해준 것 등은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사장은 그간 진영 논리 탓에 역사를 제대로 인식할 기회를 잃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 극단 세력의 목소리가 커서 중도층 목소리가 약해지는 것”을 우리 사회의 병폐로 꼽았다. KBS 사장 재임 시절 독립운동가이자 중국 공산당 음악가인 정율성 다큐 제작도 허가했다가 비판 받은 것을 돌이키며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같은 것도 양 극단 세력의 강한 입장 때문에 지도자들이 흔들려서 나온다”면서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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