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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권고한 교수 "MZ의사, 정부를 강압적으로 느낄 것"

중앙일보

입력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전국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25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전국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25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공의 파업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병원 복귀 후 투쟁을 독려한 서울대병원 교수가 이번에는 정부 정책의 소통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5일 페이스북에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부에게'라는 글을 올렸다. 23일 전공의에게 애정이 어린 비판의 글을 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를 비판했다.

권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의 격화되는 갈등이 선진국으로 질적 발전을 완성해가야 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큰 오점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부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권 교수는 "정책은 실행 과정에서 ‘공개’와 ‘공론’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을 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25년간 조급한 의료개혁이 얼마나 많은 후유증을 낳고 있는지 충분히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한국 국민은 전후 세대부터 MZ 세대까지 다층이며, 누군가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겨 정책 결정이나 집행을 방해한다면 그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주간 정부의 모습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권위적’이었다. 그만큼 정부는 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업무개시명령-출국금지-법정최고형-경찰의 감시’, 이것이 다수의 MZ세대는 강압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말대로 ‘원칙 대응’이지만 동시에 ‘강경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 또 다른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다면 충분히 설득하고, 마지막까지 안타까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권 교수는 "현재 정부의 브리핑이나 태도를 보면 충분한 설득과정이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정책결정과정에서 ‘공론’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면 보다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론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아 무엇보다도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재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의 결정 과정과 집행 과정에서 국민이 상당히 소외되고 있다. 공론의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언론이 결정된 결과를 보도한 후 내용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공개와 공론을 주저한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공개적 논의를 하는 순간 의료계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의 저항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정책이 좌초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공의들은 충분한 공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을 불공정한 정책이라 생각한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금의 갈등을 젊은 의사들의 정부에 대한 도전으로만 보지 말고,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란 점을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권 교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임에도 사과와 대안제시가 미흡해 보인다"며 "정부가 납득할 수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간의 정책이 악화한 과정에는 의료계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MZ 세대 전공의들이 의료계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알고 의료개혁을 위해 의료계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의료법상 의료인단체중앙회인 대한의사협회가 강제가입단체로 존재하는 이상, 정부의 정책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층성’이 강조되는 현시점에 대한의사협회가 젊은 의사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또한 계약주의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강제가입단체인 의료인단체중앙회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지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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