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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녹다운, 권투 돼선 안돼"...교수들, 의료대란 중재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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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교수들이 '대화를 문제를 풀자'며 중재자로 나섰다. 의대 교수는 물론 국립대 교수들까지 나서 사태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국립대 교수들 “현 사태에 대해 국민께 사과”  

서울대와 충남대·충북대 등 지역 국립대 등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 교수회장으로 구성된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거국련) 회장단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의료계가) 조건 없는 협의를 통해 의료 대란을 조기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책임 있는 의료 단체와 공식적인 대화를 즉시 시작하고, 교육계·산업계 등 관련 분야도 참여한 협의체를 만들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개탄한다”면서도 “의대 정원 문제가 백년대계인 교육과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여러 문제가 초래된 데 대해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전공의 집단 이탈이 전국적으로 줄 잇는 가운데 교수들이 진료 차질로 인한 피해를 겪는 환자 등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나선 것이다.

거국련 회장인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서 현 사태가 촉발됐기 때문에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교육자로서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40개 의대는 지난해 11월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서 2025학년도 정원을 2151~2847명 늘리기를 희망한다고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이는 의대 증원의 근거가 됐다. 지난 19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서울대 의대 교육관에서 성명을 내고 "지난해 교육부 주관 수요조사 당시 각 대학(원)의 실제 교육여건에 비춰 봤을 때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했던 점을 인정한다. 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 교수는 “일방적으로 한쪽을 밀어붙여 녹다운시키는 권투 경기 혹은 ‘제로섬 게임’처럼 상황이 흘러가 유감스럽다”며 “의료계는 증원 규모로 몇 명 정도가 적당한지에 답하지 않고 있고, 정부는 무작정 증원을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인호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교수도 “이번 성명서는 의대 교수나 병원 관계자가 아닌 제삼자 입장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이 대화를 통해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교육자의 마음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25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에 진료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에 진료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대병원의 교수들과 전공의들은 오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긴급 회동을 가지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40명으로, 병원 전체 의사(1603명)의 46.2%를 차지한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고 “정부가 교수와 함께 협의하는 모임을 만들자”며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없애기 위해 본격적인 협의는 4월 국회의원 총선 이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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