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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 접수' 분수령서 '손톱 밑 가시' 못 빼"

중앙일보

입력

미국내 최대 한인 정치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공화당을 완벽히 접수할 분수령이었다”며 “그런데 트럼프가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면서 ‘손톱 밑 가시’를 당분간 안고 갈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내 최대 한인 정치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가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이 열린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기자

미국 내 최대 한인 정치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가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이 열린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기자

김 대표는 24일(현지시간) 공화당 프라이머리가 진행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막판까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총력전을 펼쳤던 것은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가 니키 헤일리의 정치적 고향에서도 승리했다.  
“단순한 승리 여부보다 얼마나 이기느냐가 더 중요한 경선이었다. 트럼프에게는 여론조사에서 보였던 평균 34%포인트 차 이상의 압승이 필요했다. 만약 대승을 거뒀다면 헤일리의 사퇴 여부와 무관하게 트럼프가 사실상의 공화당의 후보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헤일리가 실제 경선에서 격차를 20%포인트가량으로 줄이면서 경선에서 패하고도 경선을 지속할 명분을 얻게 됐다. 트럼프의 당선을 우려하는 공화당 내 ‘집단지성’이나 자금을 지원하는 ‘큰손’들이 헤일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지 않을 근거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트럼프에게 압승이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트럼프는 치명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미국의 사법 체계 상 유무죄 여부도 중요하지만 재판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공화당의 ‘돈줄’이 돼 왔던 기업들은 예측불허의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자금 지원이 꺼리고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일단 당내 권력을 쥐지 않는다면 선거를 지속할 동력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의 재정까지 다 망가지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내 최대 한인 정치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가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이 열린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기자

미국 내 최대 한인 정치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가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이 열린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광조 기자

자금난에 몰린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공화당전국위원회(RNC)를 완전히 접수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에서 정치자금은 RNC, 즉 당을 보고 들어오는 방식이 가장 광범위하고 크다. 단순화하면 당의 돈을 RNC 지도부가 논의해서 대선 자금, 의회 지원 등으로 배분하는 구조인데, 만약 트럼프가 RNC를 장악한다면 당의 돈을 대선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번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로라 맥대니얼 현직 의장에 대한 교체를 선언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며느리인 로라 트럼프를 공동 의장으로 앉히려고 했던 것이다. 다만 코너에 몰린 맥대니얼은 24일을 거취 표명일로 정했는데, 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둬 확실한 후보로 올라서는 것을 조건으로 건 셈이다.”
헤일리가 사퇴 압박을 견디는 것도 관련 있을까.
“트럼프가 이미 RNC의 80% 이상을 접수한 상태이지만, 헤일리가 경선 구도에서 빠지지 않을 경우 RNC도 후보로 확정되지 않은 트럼프만을 지원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측에선 ‘민주당의 첩자’,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동원해 헤일리가 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일리가 정치적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도심 대형 유세를 진행할 수 없어 지방에서 소규모 유세전밖에 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일리의 입장에서도 당내 주류가 된 트럼프에 맞서면서 이번 선거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고, 자신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의 자금 압박이 더 커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경선을 지속하고 있다.”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도 사법 리스크와 자금이라는 치명적인 변수를 안고 있지만, 스스로는 자신의 리스크보다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가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서 나타난 ‘아이스크림 색깔 비유’ 등 뼈 있는 얘기들이 바이든의 리스크를 증폭시키려는 의도다. 그래서 민주당 내에서도 쉽지는 않지만, 2~3주 전부터 후보 교체와 관련한 논의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민주당 쪽에선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고 영향력이 높은 순서로 10번까지 정해서 이 사람들의 모임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니키 헤일리에 대한 언급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90분의 연설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니키 헤일리에 대한 언급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90분의 연설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가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연히 트럼프는 특유의 네거티브와 ‘갈라치기’가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자칫 미국 정치에서 지금의 트럼프가 문제가 아니라, 트럼프 이후에는 더 ‘흉측한 리더십’을 가진 ‘괴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갈등과 분열, 양극화가 지속되면 지성이 아닌 지적 수준이 낮은 쪽으로 정치가 흘러가게 된다. 정책과 비전이 아닌 상대방을 비난하는 정치를 뜻한다. 미국의 정치가 이러한 급격한 혼란을 겪으며 쇠퇴하는 상황을 한국이 보고서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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