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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한 3040, 고금리에 지갑 닫자 소비 20% 추가로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1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들. 연합뉴스

지난1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들. 연합뉴스

고물가ㆍ고금리에 따른 소비 둔화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기에 소비를 가장 많이 줄인 건 3040세대라는 분석이 나왔다. 빚을 내 집을 사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씀씀이부터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소비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전체 소비는 20% 이상 추가로 감소했다.

25일 한국은행은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 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가계가 보유 중인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의 이자율이 지난해 초부터 금리 인상 전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준에 있어 금리 상승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별로 살펴본 결과 단기금융부채가 많은 ‘금리상승 손해층’의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리가 오를수록 재무적으로 손해를 보는 계층을 1분위, 이익을 얻을수록 10분위로 분류해 이들의 소비 변화를 분석했다. 금리에 민감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금리상승 손해층(1ㆍ2ㆍ3분위)’은 2019년 대비 2022년 소비를 10% 이상 줄인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주로 30~40대였고, 소득은 중상위층(상위 40~70%), 소비는 상위층(상위 60~100%)의 비중이 컸다. 특히 주택 보유 비중, 수도권 거주 비중, 부채가 모두 높은 수준이었고,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역시 컸다. 주택과 같은 비유동성 자산은 많지만, 현금 등 유동성 자산이 적다 보니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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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금리민감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금리상승 이득층(9ㆍ10분위)’은 같은 기간 소비를 소폭 늘렸다. 주로 60대, 고소득 및 고자산층이다. 금리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취약층(5분위)은 저소득ㆍ저자산ㆍ저부채 가구가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소비 증가율은 0.32%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제약 효과는 0.26%포인트, 금리 리스크에 노출된 정도(금리 익스포저)에 따른 영향이 0.06%포인트였다. 소비 성향이 높은 가계가 금리상승 손해층에 많이 포함돼 있다 보니 전체 소비를 20% 이상(0.06%포인트) 추가로 감소시켰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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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금리 인하에 따라 가계 소비는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소비 활동이 왕성한 3040 세대가 이 시기에 또다시 부채를 늘릴 경우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기 때문에 기대만큼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앞으로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금리도 낮아지게 되면 가계의 소비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30~40대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가 재차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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