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화당 차기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하며 대선 본선행 티켓을 사실상 굳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율 93%를 기록한 이날 오후 11시 55분 기준 42만5296표로 60.1%의 득표율을 기록해 27만7313표(39.2%)에 그친 헤일리 전 주지사를 20.9%포인트 차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달 네바다와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진행된 당 경선에서 모두 이겨 5연승의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투표 마감 후 약 5분 만에 경선 승리를 자축하는 행사장에 나와 “환상적인 저녁이다. 공화당이 이렇게 단합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11월 5일(대통령선거일) 조(바이든 대통령)에게 ‘당신은 해고다. 나가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선을 치른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주지사가가 태어난 고향이자 하원의원(2005~2010년)과 주지사(2011~2017년)를 지낸 정치적 근거지다. 여기에 비(非)당원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개방형)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경선이 진행됐기 때문에 중도 보수 성향의 헤일리 전 주지사에게 그나마 유리한 여건으로 분석됐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넉넉하게 승리를 거두면서 대세론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선 본선에 집중’ 전략
워싱턴포스트(WP)는 “경선 후보가 자신의 고향 주에서 패배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2020년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엘리자베스 워런(고향 매사추세츠주에서 당시 조 바이든 후보에 12%포인트 차 패배),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패배한 마르코 루비오(고향 플로리다주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에 19%포인트 차로 패배)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자신의 고향에서 패배한 후보가 경선에서 최종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달 5일 16개 지역에서 일제히 경선을 치르는 ‘수퍼 화요일’까지 공화당 대선 경선 승부를 확정 짓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날 경선 승리를 기념하는 연설에서 경쟁자인 헤일리는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은 대신 “더 빨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선까지 남은) 9개월은 긴 시간”이라며 시선을 대선에 맞추고 있음을 알렸다.
헤일리 “득표율 40% 작은 숫자 아니다”
반면 헤일리 전 주지사는 경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날 저녁 지지자들 앞에 나와 “오늘 우리는 약 40%의 득표율을 올렸다. 40%는 (승리에 필요한) 50%는 아니지만 적은 숫자가 아니다”며 “후보가 한 명뿐인 소비에트식 선거가 아니다. 저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 우리는 (27일 경선이 예정된) 미시간으로 향하고 다음주 내내 수퍼 화요일 (경선이 열리는) 주(州)를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수퍼 화요일로 불리는 내달 5일에는 대의원 169명과 161명이 각각 걸린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를 비롯해 16개 지역에서 경선을 치른다. 당 전체 대의원(2429명)의 36%인 874명이 걸린 최대 승부처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주지사를 큰 격차로 앞서 있어 승부는 사실상 굳어진 분위기다.
그럼에도 헤일리 전 주지사가 경선 레이스를 이어가는 것은 4건의 형사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고 월가 큰손들의 후원 덕분에 선거자금 상황도 여유가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고향에서 큰 타격을 입은 헤일리는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수퍼 화요일 이후 ▶3월 12일 조지아ㆍ하와이ㆍ미시시피ㆍ워싱턴주 ▶3월 19일 애리조나ㆍ플로리다ㆍ일리노이ㆍ캔자스ㆍ오하이오주 ▶3월 23일 루이지애나주까지 경선을 치르면 대의원수 기준으로 약 70%의 일정을 마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