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 하다 '감독님'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만난 이범호(43) KIA 타이거즈 감독의 모습은 코치였던 지난해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등 베테랑 선수들의 타격 연습을 보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래야 본인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격의없이)어울린다"고 했다.
KIA는 지난 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제 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전지훈련 중이라 급박하게 이뤄졌지만, 안팎에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 감독은 2011년 KIA 유니폼을 입고, 선수와 코치를 지냈다. 누구보다 선수단을 잘 안다. 구단에서 '미래의 감독 후보'로 생각할 만큼 리더십과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이범호 감독은 "KIA는 체계가 잘 잡힌 팀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한다. 이런 팀에서 감독이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1981년생인 이범호 감독은 80년대생 첫 사령탑이다. 최선참 최형우와는 불과 2살 차다. 최형우는 "혹시라도 '형'이라고 부를까봐 처음엔 피해다니기도 했다"고 웃었다. 이범호 감독은 "뭐라고 부르든 괜찮다. 선수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면서 같이 여러 방면으로 체크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얘기할 게 있으면 와서 한다. 본인들이 와서 (타격) 자세를 물어보기도 한다"며 "선수들도 (코치일 때와 마찬가지로)달라진 게 없다. 편하게 하고자 할 말 다 한다"고 웃었다.
'코치 이범호'는 선수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귀를 열고, 기다렸다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주장 나성범은 "내가 부진했을 때 (안 좋은 부분을)말하지 않고, 내가 먼저 '코치님, 이건 어떻습니까' 물을 때까지 기다려주셨다"고 떠올렸다.
감독이 되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지도자답게 선수들이 과감하게 부딪힐 수 있게 돕겠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범호 감독은 감독 선임 후 첫 미팅에서 "하고 싶은 대로 야구장에서 야구 하면 된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런 말 하지 않는다. 예의만 지켜 달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야구를 한다면 더 빨리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 편하게 치고 던지고 해야 한다. 내가 있는 동안에는 그렇게 부담 없이 야구하는 걸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장의 말이라면 언제든 들어줄 거다. 힘들면 쉬어도 된다. 편하게 하고, 말하고 싶은 건 말해도 된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만 만들면 된다"고 했다.
KIA는 올 시즌 대권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현종·이의리·윤영철 등 토종 선발진이 탄탄하다. 지난해 구원 평균자책점 2위에 오른 불펜도 믿음직스럽다. 박찬호·김도영·나성범·최형우·소크라테스 브리토·김선빈 등이 이끄는 타선도 강하다. 베테랑들이 몸 관리를 잘 하고, 물음표가 달린 두 외국인 투수(윌 크로우·제임스 네일)가 안착하면 2017년 이후 7년 만의 한국시리즈행도 꿈이 아니다.
"준비가 잘 된 팀"이라고 KIA를 평가한 이범호 감독은 "지난해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부상 때문에 높은 곳에 가지 못했다. 성적을 낼 선수들이 모인 건 내게 영광이다. 선수단 부상만 잘 관리하고 점검한다면 올 시즌 재미있는 야구, 좋은 성적을 낼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