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1만 명이 넘는 의대생들이 휴학을 신청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학생들이 '집단 유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그동안 대학가에서 벌어졌던 학생들의 단체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맹휴업만 7차례… 정원 축소에 전국 교대생 반발
대학가에서 벌어진 단체 행동을 횟수로만 따진다면 교육대학 학생들의 ‘동맹휴업’이 가장 압도적이다. 2000년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전국의 교대에서 동맹휴업 투쟁이 벌어졌다.
교대생들은 교육 제도의 변화에 반대하기 위해 휴학을 신청하는 대신 수업을 거부하는 휴업을 택했다. 2001년에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교대학점제’에 반발한 동맹휴업을 시작으로, 국립대·교대 통폐합 반대(2011년), 시간제 교사 제도 도입 반대(2014년), 교사 임용 정원 확대 요구(2006·2009·2015·2017년) 등의 단체 행동이 이어졌다. 의대생들과 달리 교대생들의 단체 행동은 주로 교사 정원 축소에 반발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동맹휴업의 성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임용 정원은 해마다 줄었고, 논란이 된 정책들도 잠시 유예된 끝에 시행됐다. 한 교대 교수는 “휴학이 아닌 휴업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이 일주일 뒤에 수업에 복귀했다”며 “교대생들은 정부를 상대로 볼모로 삼을 만한 게 없었기 때문에 투쟁 효과도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의 교대 교수는 “선생님이 되려는 학생들이라 마음씨가 착해서 그런지 상경투쟁에 앞서 미리 학교 측과 보강 수업 일정을 다 조율해 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로스쿨생 집단 자퇴서, 국토대장정 시위도 등장
반면 로스쿨생의 단체 행동은 교대생보다 횟수는 적었지만,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2015년에 로스쿨생들은 정부가 당초 2017년으로 확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시키겠다고 하자 집단 자퇴서 제출로 맞불을 놨다. 당시 로스쿨생의 97%(6052명)가 자퇴서를 제출하고 변호사시험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로스쿨은 출범 7년 만에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때 ‘국토대장정’ 시위가 등장하기도 했다. 로스쿨생 200여명은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19일간 731㎞의 법무부 규탄 릴레이 도보 행진에 나섰다. 당초 목적지였던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하자 현장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가자”는 제안이 나왔고, 국회의사당으로 도보 행진이 연장됐다.
여의도에 도착한 로스쿨생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로스쿨 정상화 염원이 담긴 ‘종이학’과 ‘로스쿨 지지 서명’을 전달했다. 부산대의 한 로스쿨 교수는 “학부생도 아닌 사회 경력도 있고 나이가 있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교수들의 조언과 설득이 전혀 통하지 않아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결국 법무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변호사시험은 정상적으로 치러지고 사시는 예정대로 2017년에 폐지됐다.
학사일정 조정 등 대학 안간힘… 대량유급 사태 전무
이런 학생 단체행동은 20년간 끊이질 않았지만, 집단 유급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학교가 뒷수습에 나서서 유급 사태를 막았기 때문이다. 2020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논란 때도 의대생들은 38일간 동맹휴학을 했지만 학교가 방학까지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식으로 수업 일수를 채워 대량 유급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2003년에는 동덕여대 재단비리로 인한 학내 분규 과정에서 재학생 6000여명이 66일간 수업을 거부했다. 사태가 해결된 후 학교는 1월부터 설 연휴도 없이 수업을 진행하며 모자란 법정 수업 주수 7주를 채웠다.
휴업과 휴학보다 더 강경한 자퇴서 제출도 결국 ‘보여주기식’으로 끝났다. 로스쿨생들이 제출한 집단 자퇴서를 학교가 끝내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로스쿨생과 대립각을 세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 각 로스쿨에 자퇴서 수리 촉구 서한을 전달할 정도였다. 시민단체로부터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고발당한 서울대와 한양대 로스쿨 학생회장도 경찰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교수들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제자들이 대신해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마음속으로 응원하기도 한다”며 “대량유급 사태가 벌어지면 학교 평판이 떨어지고 신입생 모집에도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대학본부 차원에서도 유급을 막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