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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태석 신부님 덕분"…'울지마 톤즈' 두 제자, 의사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울지마 톤즈'로 알려진 고(故)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남수단 두 제자가 한국 전문의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인제대 백병원은 올해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 2727명 가운데 이 신부의 제자인 토머스 타반아콧(토머스)과 존 마옌루벤(존)이 포함됐다고 23일 밝혔다. 의학에 입문한 지 12년 만이었다.

2016년 부산백병원 임상 실습을 받을 당시 고(故) 이태석 신부 흉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토머스 타반 아콧(왼쪽)과 존 마옌 루벤. 사진 인제대 백병원

2016년 부산백병원 임상 실습을 받을 당시 고(故) 이태석 신부 흉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토머스 타반 아콧(왼쪽)과 존 마옌 루벤. 사진 인제대 백병원

두 제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 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태석 신부님 덕분"이라며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 신부는 의료 봉사 활동 중 아프리카의 남수단의 한 마을에서 이들을 처음 만났다. 이들은 이 신부의 권유로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걷게 됐다. 2009년부터 수단어린이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2년 뒤, 이 신부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두 제자는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과 이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공부에 매진해 2012년 이 신부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다.

타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인제대학교는 이들에게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액 지원하였고, 그 결과 토마스와 존은 제83회 및 제84회 의사 국가고시에 나란히 합격하여 한국의 의사 면허를 취득하였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에서 1년간의 인턴 생활을 마친 토마스는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외과에서 레지던트를 시작했고, 존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가 됐다.

토마스는 "남수단에서는 외과 의사가 부족해 단순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같은 질환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상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외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존은 "어린 시절부터 전쟁과 의료 시설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며 "특히 말라리아, 결핵, 간염, 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 환자들이 많아 내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머스는 외과 의사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 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존도 부산백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술을 펼치며 후배 의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남수단의 돈 보스코로 불린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했다. 이후 가톨릭 사제가 되기로 하고 살레시오회에 입회해 사제가 된 뒤 2001년에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향해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 의료, 선교 활동을 했다. 2010년엔 대장암으로 48세 나이로 선종했다. 이 신부의 이야기는 같은 해 그의 생전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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