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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와이드 인터뷰 | “극단의 진영 정치 심판할 중도층의 투표 기준은 경제일 것”

중앙일보

입력

‘시대를 예언하는 작가’ 김진명이 본 4월 총선

■ “尹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사과하면 사안 간단해져”
■ “586 퇴장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용퇴하는 모습 없어 안타까워”
■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로 ‘개혁’ 노력하지만 감동 주는 ‘내려놓기’는 없어”
■ “美 트럼프 당선 대비할 때… 국가간 연합 통해 ‘미래 국력’ 인구 확보해야”

김진명 작가는 4월 총선과 관련해 급진적 변화를 기피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성향에 주목했다. 총선에서 특정 당의 압승은 어려울 것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김진명 작가는 4월 총선과 관련해 급진적 변화를 기피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성향에 주목했다. 총선에서 특정 당의 압승은 어려울 것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소설가 김진명(67)은 문학평론가보다 대중에게 더 강력한 파급력을 발산한다. 2019년 1월 교보문고는 최근 10년간 소설 누적 판매량을 발표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 뮈소에 이어 김진명은 전체 5위에 올랐다. 한국 작가 중에선 1위였다.

김진명의 영향력은 글과 말의 전파력에서 나온다. 픽션으로 현실 세계를 변주한다면, 미디어를 통한 발언으로는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해부한다. 진단이 올바르다면, 예측도 정확할 확률이 올라간다. 2021년 7월 월간중앙은 김 작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구하자 그는 “‘사회가 정의로워지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경제관은 이상하다”며 “경제가 곧 정의다. 경제를 도외시하고 나라를 운영하겠다니 잘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로부터 채 9개월도 지나지 않아 문 정부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2024년 2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김 작가의 통찰을 경청할 시점이 왔다. 그가 생각하는 시대정신과 주요 대선 플레이어들의 미래에 대해 펼쳐놓고 싶었다. 미국 취재 일정이 갑자기 생긴 탓에 그는 약속을 두 차례 변경했지만, 결국 마주 앉았다. 김 작가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쪽만 전쟁터가 된 최초의 전쟁

신작 [푸틴을 죽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다소 예상 밖 테마를 건드렸다.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전쟁이다. 지금 모스크바는 세상 어디보다 평안한 곳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엉망이 됐다. 미국도, 유럽도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를 공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모두가 러시아의 핵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푸틴은 최초의 ‘핵 협박인’이다. 이 협박에 인류가 굴하면, 너도나도 핵 개발을 하게 될 것이다. 인류 멸망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전혀 인식이 없다.”

북핵 이슈가 반복될수록 국민적 위기의식은 엷어지는 듯하다.

“푸틴은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으로 두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도와줬다. 핵은 50개나 5000개나 같다. 한두 발만 맞아도 치명적이다. 남한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함부로 개입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를 돕다가 자칫 러시아와의 관계 냉각을 우려하는 국내 여론도 꽤 높다.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면 러시아나 중국은 북한의 뒤를 봐줄 것이다. 한국 혼자 싸워서 이길 수 없다. 한국은 미국·일본·유럽·유엔 등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나라들과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를 돕는 나라들의 대열에 끼어야 한다. 태도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한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국제정치 방향성도 결국 4월 총선의 영향권 아래 놓일 것이다. 우리 국민이 어떤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선택’을 할 것이라 보는가?

“과거의 총선은 어느 진영이 이기든 가치를 공유하고 혼합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극과 극대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자칫 선택을 잘 못하면 오른쪽 끝, 왼쪽 끝으로 가버린다. (그렇게 흘러가지 않도록) 국민이 냉정하게 심판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정신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尹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은 맞지만 포용 부족”

2024년 2월 7일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파우치 논란과 관련해 명확한 사과 대신 아쉬움을 표출했다. / 사진:연합뉴스

2024년 2월 7일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파우치 논란과 관련해 명확한 사과 대신 아쉬움을 표출했다. / 사진:연합뉴스

작금의 갈등과 분열이 치유 가능할까?

“한국의 극단적 대립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문화·역사적으로 500년 유학(儒學)이라는 바탕이 있었다. 선비들은 벼슬을 해야만 녹을 받는다. 벼슬자리는 유한했고, 선비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그러니 근원적으로 붕당을 지어서 당파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였다. 야수의 본능과 매의 눈으로 상대를 비판하고, 잘못을 들춰내는 것이 고도로 의식화됐다. 반면 나나 우리 편에 대해선 관대했다. 이런 DNA가 세대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제 치하를 겪으며 일본의 신식 문화에 근거한 지배를 견뎌낼 그 어떤 세력도 없었다. 결국 세계 지식인의 유행이었던 사회주의 사상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주의는 기존의 기득권과 문명을 깨부수는 것이다. 이런 부(負)의 유산들에 노출되며, 화합하고 칭찬하기보다 분열하고 깎아내리는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의 지정학적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재미있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라고 본다. 문 정부는 ‘정의’에 집착했다. 정의를 인위적으로 실행하려 했다. 이렇게 옳은 것을 가지고 사람들을 압박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항하지 못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인간은 정의를 외치는 무리가 아니라 소소한 자기 이익을 챙기는 존재라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속에서 세상을 더 크게 만들고 파이를 더 키워 어려운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류 문명이다. 이런 역사적,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으로 파악하면 다 깨진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가치를 좇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인간을 끌어안고 동행하려는 프로페셔널한 감각을 보여주는 노력은 많이 약하다.”

그런 미흡함이 지지율 정체로 나타나는 것 아닐까?

“김건희 여사가 백을 받았네 어쨌네 하는 것은 국가의 운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땐 조그마한 것들이다. 물론 정부가 부패해서 나락으로 잠겨 들어갈까 봐 경계하는 것일 순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런 터무니없는 부정부패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결부된다. 정치는 나의 신념과 철학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중우정치와 다른 맥락에서)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들어주고 동행하는 것이다. 사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자면 당장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다. (사과가 법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결국 판단 기준은 하나다. 옳은가, 옳지 않은가. 김건희 여사가 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면(오히려) 사과하면 간단해진다.”

과거 보수의 가치관은 반공, 친미, 시장경제였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이런 가치들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다. 보수의 본진이라 할 국민의힘은 현재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재편됐다. 한동훈의 보수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금 한동훈이 외치는 보수는 (생각의) 거대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깨끗한 보수’에 천착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성공하면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인구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봤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이지만 대통령이 고민하지 않으면 총리도, 장관도, 공무원도, 정치권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민청 설립 같은 구체적 대안을 내놓고) 인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이는 한동훈이 거의 처음이다. 깔끔하고, 공정하고, 법과 질서에 적합하다는 이미지를 채워가다 보면 더 크게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보인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보수 얼굴될 가능성 보여”

민주당 이재명(왼쪽)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 총선에서 정치 인생의 명운을 걸고 붙는다. 둘 다 중도층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왼쪽)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 총선에서 정치 인생의 명운을 걸고 붙는다. 둘 다 중도층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이야기를 해보자. ‘586 운동권 세대의 퇴장’ 프레임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이런 흐름에 동의하는가?

“‘586이 퇴장해야 한다’는 당위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박정희, 전두환이 국민의 자유와 의식을 깔아뭉개고 공포사회로 만든 살벌한 시대에 그들이 해온 위대한 업적을 마구 도배질해선 안 된다. 다만 586의 과거를 모든 것에 수렴시켜서 ‘우리는 영웅이니까 당신들은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586 퇴진론의 본질도 ‘과거 아름다웠고 정의로웠던 그들이 지금에 와서 너무 추해졌다’는 것 아니겠나. 누구보다 586 자신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면에선 남들이 내몰기 전에 내면적 성찰을 통해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잘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감성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투표 기준 될 것”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과 얽혀 있는 것이 많은 한국은 트럼프 당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형편이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과 얽혀 있는 것이 많은 한국은 트럼프 당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형편이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김 작가는 선거의 본질은 ‘심판’이라고 말했다. 이번 4월 총선은 어디를 심판해야 하는 것인가?

“정치인이란 기본적으로 선거에 지면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이다. 내일 국가가 위험해지더라도 오늘 자신이 선거에 이겨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본질이다. 그러니 그냥 맡기고 끌려가선 안 된다. 위태로울 정도로 정치가 타락해 있다. 정치가 나라의 짐을 넘어서서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돼 있다. 인구 절벽 문제 같은 국가의 본질에 대해 정치인이 어떤 일과 말을 해왔는지를 봐야 한다. 게다가 세계는 무서운 속도로 기술 전쟁을 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와 기술과 관련해 어떤 후보가 어떻게 의정 활동을 했는지 유권자인 국민이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감정적으로 투표하면 우리는 나쁜 정치라는 질곡에서 못 벗어난다.”

총선까지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현 시점에서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야당인 민주당이 아무래도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 선거 구도에서 3분의 1은 민주당, 3분의 1은 국민의힘 편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감정적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에 유리할 요소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180석을 가졌던 민주당은 해놓은 것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편인 국제관계에서 그랬다. 중도층 3분의 1은 이런 것들을 보는 눈길을 가졌다. 그러니 그리 쉽게 어느 한쪽의 완승을 점칠 수 없다.”

중도층이 민주당에게 선뜻 표를 주기 힘들다는 의미로 들린다.

“민주당이 주도한 180석 국회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흔들었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니 옳다’고 보는 측면이 있었겠지만, 중도에 있는 3분의 1도 그렇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낙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나라의 앞날과 내 가정의 평화를 중시한다. 이들은 헝클어지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탄핵 가능 의석인) 민주당 200석 확보 주장에는 의구심이 든다. 선거라는 것은 투표함을 열기 전까진 귀신도 모른다. 이제까지 수많은 이변이 있었다. 지금 어디가 이긴다는 전망은 옳지 않다.”

중도층, 즉 스윙보터 공략을 위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이 결합해서 제3지대 빅 텐트를 형성했다. 파급력은 어느 정도로 예측하나?

“일단 아쉬움이 있다. 먼저 이낙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주장이 아직도 다소 미온적인 측면이 있다. 굉장히 강하게 주장해야 할 때다. 본인이 나간 것은 ‘이재명의 사당화 때문이다’라고 한다면 온 힘을 다해 이재명과 민주당을 공격해야 할 텐데 뭉그적거린다. 물론 정치가 지지자들의 눈치를 안 볼 순 없겠으나, 지금 나간 것은 지지층 속에서 작은 싸움을 하러 나간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해서 나간 것 아니겠는가. 더 강력하게 공격해야 지지층이 모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낙연과 이준석은 합쳐졌지만 이질적이다.

“이준석이 개혁신당을 차려 무언가를 공격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준석은 이제까지 무언가를 품고 희생하는 모습은 못 보여줬다. 공격은 천재이지만, 그 반대가 너무 약하다. 이준석이 향후 그런 쪽으로 고민하면 중도층을 많이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다. 중도층은 이쪽도 싫고 저쪽도 싫어서 지금 개혁신당을 보려고 하는 것이기에 이준석이 열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민주당이 중도층을 흡수할 개연성은 어떻게 보나?

“그러려면 민주당이 정돈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나치게 이재명 위주다. 그게 바뀌지 않으면 중도층은 가지 않는다. 현재까진 그런 과감하고 개혁적인 면모가 잘 안 보인다.”

한동훈을 내세운 국민의힘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중도층의 마음을 열려는 액션을 다소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다 내려놓는다면서 정작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장제원 하나밖에 없더라. ‘586은 은퇴하라’고 말만 하지 말고, 보수 쪽에서도 스스로 뭔가를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동훈의 개혁적 노력에 보조를 맞춰주는 움직임이나 감동을 보여주지 못하면 중도층이 올 리가 없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주장’이 아니라 ‘포기’다.”

한국에서 4월 총선이 끝나면,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공화당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가 귀환하면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는 불확실성에 휩싸일 것이 자명하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높다. 과거 전 세계와 같이 추구했던 가치와 그 가치의 실현 등을 위한 미국의 노력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전 세계를 압박해서 미국 이익만 취하겠다는 대표가 트럼프다. 그는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말한다. 트럼프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시혜를 베풀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달러의 힘으로 사는 나라다. 미국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온다. 지금 전 세계인이 고통받는 물가상승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 트럼프는 이를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트럼프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미국과 힘을 합해 가는 동맹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미국을 더 잘못된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를 퇴행시킬 것”

아무리 달갑지 않더라도 트럼프 당선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한국은 대비해야 한다.

“우선 현실적으로 트럼프와 ‘케미’를 맞출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진지하게 우리 정치권에서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가 마구 휘두르는 미친 칼에 먼저 나서서 목을 맞으면 안 된다. 트럼프와 끊임없이 물밑교섭을 하면서 어떻게 미친 칼을 피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 하나, 동시에 바이든이 있는 동안 G9에 가입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G9 가입은 생소한 개념이다.

“트럼프도 기존 G7에 가입한 나라들에 대해선 함부로 하지 못 한다. 만만찮은 러시아와 중국과 대적하기 위해 동맹과 합치지 않으면 미국도 견딜 수 없다. 그 ‘이너(inner) 그룹’에 한국도 들어가야 한다.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일 때에는 G7이면 충분했지만, 러시아·중국·인도·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 커버를 못 한다. 기술을 갖춘 한국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호주가 들어가 G9을 이뤄야 한다. 트럼프는 한·미 FTA를 흔들 것이며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할 것이다. 이러면 우리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가 불안해진다. 이를 막기 위한 중요한 길이 G9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소 중 하나는 인구소멸 문제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보다도 경제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골드만삭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30개국 중 인구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유일한 나라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은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연합해 EU 같은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도 인구 결핍 문제로 고민 중이다. 네 나라 인구를 합치면 5억5000만 명 정도 될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향후 세계 4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란 조사도 있다. 과거에는 자본과 기술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했지만, 이제 돈벌이를 결정하는 요인은 인구다. 한국과 일본의 첨단 기술을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인구와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이후의 시대를 설계할 때”

김진명 작가는 대한민국의 활로는 첨단 기술력과 외교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김진명 작가는 대한민국의 활로는 첨단 기술력과 외교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핵심 교역국이자 자원 보급처다. 하지만 우리가 자유주의 진영과 연대하며 탈중국 현상이 심화될수록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미·중 대결 구도에서 미국은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중국에 진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중국을 못 따라오게 때리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한국의 원천기술은 미국에서 온다. 그러니까 선언적으로는 ‘한·중은 운명공동체’라고 말해도, 미·중이 대치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수정해야 할 시점인데….

“한국 입장에서 미국 덕도 보고, 중국 덕도 보겠다는 것은 잘 안 된다는 점이 고민이다. 국가 전략은 국가적 정체성, 자유민주주의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중국과 감정적으로 서로 상하지 않도록 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30년 전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600만 부, 최신작 [고구려]가 150만 부 팔렸다. 이렇게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한국인에게 읽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자평하나?

“작가로서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써서 독자들과 공유한다. 우리 국민의 나라 사랑은 대단히 깊다. 내 작품이 많이 읽히는 이유라고 본다. 또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러시아·일본·미국 등의 압박에 시달렸고, 국내적으로는 유학의 지배와 독재를 겪으며 압박돼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꺼내고,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끄집어내려는 내 작업을 향한 동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프랑스 작가들보다 덜 읽혔다는 부끄러움도 있다. 다만 의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10여 년에 걸쳐 쓰고 있는 [고구려]가 언젠가 완간되면, 한민족과 영원히 함께할 책이 될 것이란 믿음이다. [삼국지]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나의 꿈이다. 현재 7권까지 나온 [고구려]는 50%가 여성 독자들이다.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나머지 3권은 가장 위대한 왕 광개토대왕의 차례다. 거의 ‘미친 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참 어렵다. 그래도 곧 8권이 나올 터이니 기다려주길 바란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 녹취정리 김도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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