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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38% '크런치모드'…"근로시간 유연화, 명확한 보상 먼저"

중앙일보

입력

국내 테크기업들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임현동 기자

국내 테크기업들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임현동 기자

지난해 게임업계 평균 노동시간과 ‘크런치모드’로 대표되는 노동강도가 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종사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주52시간제 유연화를 시행한다면 근로시간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시간·크런치모드 모두 증가…“코로나 종식 영향”

2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2023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3시간으로, 2021년(41.3시간)과 2022년(41.5시간)보다 소폭 상승했다. 회사 밖 비공식적 노동시간은 4.1시간으로, 이 역시 2022년(3.1시간)보다 늘어났다. 콘진원은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시행을 종료 또는 축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게임업계 크런치모드 경험비율.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2023년 게임업계 크런치모드 경험비율.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노동 강도도 강해졌다. 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특정 기간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게임업계 관행인 ‘크런치모드’ 경험 비율은 2022년 19.1%에서 지난해 38.2%로 크게 늘어났다. 10명 중 4명은 크런치모드를 경험한 셈이다. 크런치모드는 평균 11.1일 지속했고, 가장 길었던 주 노동시간은 평균 51.6시간이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선 59.4%가 크런치모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근로시간 유연화 찬반 의견은 ‘반반’

다만 정부가 추진해온 주52시간제 근무제 유연화에 대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입장은 찬성(49.5%)과 반대(50.5%)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업무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서’(64.6%)가 가장 많았고, 뒤이어 ‘근무시간에 상응하는 보상 휴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14.5%), ‘근무시간 사이에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11.5%),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서’(9.2%) 순으로 이어졌다.

2023년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주52시간제 유연화 인식 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2023년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주52시간제 유연화 인식 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는 IT업계 특성상 유연한 근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사에서 크런치모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8%로, 필요하지 않다는 비율(27.3%)보다 10.7%포인트 높았다. 나머지 34.7%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반면 유연화에 반대하는 종사자들은 ‘총 근무시간의 연장 가능성’, ‘연속 근무로 인한 과로 위험성’, ‘추가 근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연화로 인해 장시간 근로가 확대되는 데 반해 그에 따른 보상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만일 유연화를 해야 한다면 전제조건으로 ‘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보상이 필요하다’(52.1%)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근로여건이 좋지 않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70%가 명확한 보상을 전제조건으로 응답했다. 이외에 ‘포괄임금제 폐지’, ‘근로시간에 대한 정확한 측정’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결국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먼저 확실시돼야 한다는 취지다.

“부당한 노동행위 감소, 합당한 보상 제공 등 방안 필요” 

콘진원은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도입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부당한 노동행위가 감소하고 노동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을 명확히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기업별로 구축되어야 하며,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근로시간의 개념 정립부터 관리 범위까지 정책방안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게임업계 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 상한 수준을 설정해 종사자에게 합당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의무, 주 근로시간 상한 등의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연장근로시간 계산 기준이 ‘하루’ 단위에서 ‘주’ 단위로 바뀌면서 1일 근로시간 상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제 유연화를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우선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일·생활 균형위원회에서 근로시간제 개편을 비롯한 근로시간 의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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