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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만의 뉴스터치

일론 머스크의 텔레파시 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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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뉴스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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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저승차사가 있듯 일본엔 ‘시니가미(しにがみ)’가 있다. 영화 ‘데스노트’처럼 죽음의 명부를 들고 다니며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한다. 서양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은 ‘그림 리퍼(grim reaper)’다. 긴 망토에 큰 낫을 든 해골로 묘사된다. 사신(死神)의 존재는 죽음 이후 영적 세계가 있을 거라는 형이상학적 믿음 때문이다(『호모 데우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인간의 본질을 육체와 영혼으로 나누고, 육신보다 정신을 우위에 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대과학에서 정신의 실체는 뇌의 전기·화학 작용일 뿐이다.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수천 조 개의 시냅스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감각을 느끼고 생각을 이룬다. 기억도 휴대폰 잠금 화면을 풀 때처럼 뉴런 간의 패턴 형태로 저장된다. 영화 ‘트랜센던스’에는 인간의 정신을 업로드한 슈퍼컴퓨터가 나온다. 식물인간이 된 과학자 윌(조니 뎁)의 뇌를 스캔해 의식을 되살린다. 육체만 없을 뿐 감정과 생각도 똑같다. 그의 연인 또한 실제 윌처럼 대한다.

이는 조만간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뇌와 컴퓨터를 연동하는 ‘브레인 칩’ 기술 덕분이다. 19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는 사람의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실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얇은 실 모양의 센서 1024개(텔레파시 칩)가 뇌의 신경 자극을 신호로 바꿔 컴퓨터에 전달한다. 미래에는 뇌를 읽는 것뿐 아니라 쓰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치 스마트폰이 뇌 안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 그때 우리는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