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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 자율개선 노력, 국민 기대 못 미치면 책임 묻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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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8~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을 맡은 유인촌 장관. 최근 축구대표팀 논란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가 스스로 명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시스템 정비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2008~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을 맡은 유인촌 장관. 최근 축구대표팀 논란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가 스스로 명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시스템 정비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10여 년 전 처음 장관직을 수행할 땐 의욕과 열정만 믿고 뛰어다녔습니다. 다시 이 역할을 맡아보니 한층 시야가 트인 느낌입니다. ‘열심히 한다’ ‘잘한다’를 넘어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큽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08~2011년에 이어 지난해 10월 두 번째로 대한민국 문화와 체육·관광 분야를 책임지는 수장을 맡았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만난 그는 “10여 년 전 잘 만들어 놓은 정책들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그땐 잘 몰라서 미흡하게 마무리했던 것들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게 힘을 쏟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유 장관은 “이른바 ‘경력직 장관’이다 보니 주위의 기대치가 워낙 높아 부담이 크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고 싶어 주중·주말 구분 없이 5~10분 단위로 일정을 빡빡하게 짜놓고 전국을 누빈다”고 했다.

유 장관은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한국 축구대표팀의 아시안컵 부진 논란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축구대표팀 이슈에 온 국민이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를 체육 현장 관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며 “우승과 금메달을 국위 선양의 증거로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도전 과정의 원칙과 공정성이 스포츠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더십이나 팀 정신 같은 단체 스포츠의 필수 요소가 허물어진 상황을 수수방관한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국민의 실망이 크다”며 “명확한 진상조사와 시스템 정비 등 축구협회의 자율적인 회복 노력을 우선 지켜보겠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체육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입장에서 경고든, 제재든 마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츠 콘텐트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성장 중이다. 유 장관은 “AI(인공지능) 등 과학기술과의 결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성장에 따른 중계권 환경 재편, 문화·산업적 가치 증대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급격하고 다양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젠 ‘스포츠’ ‘문화’ ‘사회’ 등 한 분야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기구 형태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만들고 정부 여러 부처를 참여시킨 이유도 스포츠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유기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가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등을 주장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체육인이 많다. 유 장관은 “문체부가 체육 정책의 프레임을 만들지만 실질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는 대한체육회”라며 “건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기 싸움’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또 “올 한 해 체육 정책의 비전을 담아낼 새 틀에 대해 연구·논의를 진행한 뒤 내년부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기존 조직과 시스템의 대응은 지나치게 늦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게 체육 행정의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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