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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녀, 무전무자녀" 아기 10명중 1명만 저소득층서 태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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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소득계층에 따라 출산 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태어나는 아이 10명 중 9명은 중산층 이상에서, 10명 중 1명만 저소득층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출간된 신간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담은 ‘소득 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난한 집일수록 아이를 낳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연구진은 아이를 낳은 가구가 100가구 있다고 전제하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소득별 구간에 따라 저소득층·중산층·고소득층으로 나눠 비율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1.2%에서 2019년 8.5%로 2.7%포인트 떨어졌다. 중산층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42.5%에서 37.0%로 하락했다. 반면 고소득층 가구 비율은 46.5%에서 54.5%로 8%포인트 증가했다.

100가구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중 저소득층은는 9가구가 채 안 됐고, 고소득층이 47가구에서 55가구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소득별 구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활용했다. 그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75% 이하를 벌면 저소득층, 200% 이상을 벌면 고소득층이며 그 사이가 중산층이다.

이런 구분 기준에 따라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토대로 2021년 1인당 중위 소득(세후 기준)은 연 3174만원이다. 연간 2380만원 아래로 벌면 저소득층, 6348만원 이상 벌면 고소득층에 속한다.

이 책 저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결과적으로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기 시작한 시대이지만 고소득층은 그래도 아이를 낳고 있고, 중산층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아예 출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유전자녀, 무전무자녀’라는 말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처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계층과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계층 간 양극화를 비롯해 다양한 저출생·저출산의 원인을 책에서 살펴봤다.

책에 따르면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놨지만, 출산율은 뚜렷한 반등 없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저출산 예산의 파격적 확대, 부모의 일·가정 양립, 돌봄·교육체계의 질적·양적 수준 향상, 성평등한 노동시장 등 다양한 대책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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