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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새’ㆍ성차별 논란에 '4억 연봉' 진실공방까지…뿔난 의사들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확대 규탄 선전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확대 규탄 선전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의 집단행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정부나 증원 찬성 측 인사의 발언을 연일 문제삼고 있다. 말 한마디나 단어 하나에도 촉각을 기울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봉직의 연봉이 4억?”…1억원 명세서 공개로 반박

22일에는 '연봉 4억'의 진위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종합병원 근무 시절 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명세서에 따르면, 2018년 당시 13년차 의사(전문의)였던 신 의원이 두 기관(명지의료재단, 한양대 의과대학)에서 일한 대가로 받은 임금은 1억200만원 정도이다.

신 의원은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자료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20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증원 찬성 측 토론자로 나온 김윤 교수는 “2019년 연봉 2억원 남짓하던 종합병원 봉직의 연봉이 (의사 공급 부족 때문에) 최근 3억, 4억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의사만 되면 연봉 4억 보장이라는 과대한 희망과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본인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의사 만능주의 사회로 변질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고 과열 경쟁으로 가지 않도록 제 사례를 용기내 공개한다”고 공개 사유를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봉직의 임금소득 현황(2020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 의사들의 임금소득이 19만5463달러로 가장 높다. 사진 복지부 자료 발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봉직의 임금소득 현황(2020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 의사들의 임금소득이 19만5463달러로 가장 높다. 사진 복지부 자료 발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의사 연평균 임금은 2억3070만원이다. 그중 봉직의 임금은 1억8539만원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2’에서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봉직의 평균 임금소득이 19만5463달러(약 2억5900만원)로, OECD 회원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선 이는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을 적용한 수치라 실제 수입에 비해 과대 계산됐다고 주장한다.

브리핑 발언 연일 고발당하는 박민수 차관

‘연봉 논란’ 이전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문제제기가 여성 의사단체들로부터 나왔다. 박 차관은 지난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의) 추계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여성 의사의 근로시간의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집어넣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가 그만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의사 수급을 추계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성차별적 시각을 조장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근거로 참고했다고 밝힌 한국개발연구원(KDI)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ㆍ교육ㆍ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보고서의 한 대목. 여러 시나리오 중 여성 의사 인력 1인을 0.9인으로 치환한 시나리오가 설명돼 있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근거로 참고했다고 밝힌 한국개발연구원(KDI)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ㆍ교육ㆍ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보고서의 한 대목. 여러 시나리오 중 여성 의사 인력 1인을 0.9인으로 치환한 시나리오가 설명돼 있다.

서울대 의대 출신 여의사들이 모인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는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체 의사의 25.8%를 차지하는 여의사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제대로 일을 못할 것이기에 더 많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용하는 것은 좌시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박 차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여성의사 단체들도 “근거 없는 성 차별적 인식(한국여자의사회)”“여성이어서 근무를 더 적게 한다거나 비효율적이라는 비하는 여성 의료인에 대한 언어폭력(대한외과여자의사회)”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복지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 “수급추계 방법론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었다”고 해명했다.

의료계는 박 차관의 발음 실수까지 문제삼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한 것이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박 차관은 “과로로 인한 단순 실수”라며 유감의 뜻을 표했지만,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의사를 저열한 욕을 동원해 모욕했다”며 박 차관을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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