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골프설계가협회 "저작권 불인정 법원 판결 수용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골프설계가협회(KSGCA)는 설계자들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22일 발표했다. 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 입장문에서 “수많은 재판을 통해 인정받았던 골프 코스의 창작성과 저작물성을 하루아침에 모두 부정당했다. 창작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도 골프 코스설계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1. 골프장의 형태나 규격과 관련하여 유일하게 정해놓은 것은 골프공의 지름과 무게, 홀컵의 지름 뿐이다. 티에서 그린까지의 공간은 전 세계 모든 골프장마다 평면 및 입체적 형태, 크기, 각자 위치하는 자연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같은 홀 내지 같은 골프장은 있을 수 없다.
2. 우리나라 산악지형처럼 지형의 변화가 많은 공간에서 골프 코스를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고도의 설계적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3. 같은 홀이더라도 주변 자연환경에 따라 코스의 성격, 분위기, 느낌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협회는 또한 “정부는 국민의 창작활동과 저작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적극 힘쓰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K-콘텐츠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 골프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 해외코스를 국내 설계자가 설계하는 사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코스설계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고 골프 코스설계자의 저작권과 창작성이 보호받아 한국 골프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극 행동할 것”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일 코스 설계회사인 오렌지엔지니어링 등 3개사가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청구 소송에서 “골프코스 설계에 있어서는 골프 경기 규칙,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야 하고 이용객들의 편의성, 안전성 및 골프장 운영의 용이성 등과 같은 기능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며, 제한된 지형에 각 홀을 배치해야 하므로, 골프코스는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설계회사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설계회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입장문 전문

2024. 2. 20. 골프 코스도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골프존의 스크린골프는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 등의 내용으로 2014년부터 제기된 소송은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어 코스설계자와 골프존 간의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2014년 골프장 운영사들은 골프존이 자신들의 골프 코스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2020. 3. 26. 대법원에서‘골프 코스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저작권자는 골프장을 조성한 건축주가 아니라 설계자이며, 골프존이 제작한 스크린골프용 가상코스는 실제 골프장과 그 이미지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기존 고등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함으로써 골프코스 저작물과 그 권리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 후 골프존이 도용하여 사용 중이던 골프 코스의 원 설계자들은 저작권자로서 정당하게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골프존은 저작권을 침해하였고 저작권은 설계자에게 있다’라는 기존 법원의 판단과 같은 내용의 판결을 1심법원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2. 8. 선고 2018가합533121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9. 선고 2015가합22446판결)
그러나, 최근 이와 관련한 항소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24. 2. 1. 선고 2022나2000485, 2023나2003078 판결)에서 골프 코스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기존의 판례들과는 다르게‘골프 코스는 창작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저작자로서 설계자들은 수년간, 수많은 재판을 통해 인정받았던 골프 코스의 창작성과 저작물성을 하루아침에 모두 부정당했습니다.
더구나, 창작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도 골프 코스설계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하여 매진하고 있는 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골프 코스 창작자인 설계자의 설계 도면과 스크린골프용 가상코스는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며 도용한 측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골프 코스에 창작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창작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1) 골프 코스는 이븐파 72타라는 기준점수와 각 홀의 스트로크가 파3, 파4, 파5 등으로 정해져 있고, 골퍼의 신체 능력과 골프 장비의 성능을 고려하여 거리가 제한되며, 미국골프협회(USGA)와 전남도청에서 발간한 골프장 사업 길잡이에는 골프 코스 설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골프 코스는 표현에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2) 골프장 시설물(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과 골프 코스 개별 홀들의 배치는 대부분 산악지형에 건설되는 우리나라 골프장의 위치와 골프장이 조성되는 부지의 지형에 의해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3) 골프장 시설물(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과 골프 코스 개별 홀들의 배치 순서(루팅 플랜)에 관한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고, 개별 홀들에는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 러프, 벙커, 워터해저드, 그린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성요소들은 다른 골프 코스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들일 뿐만 아니라, 개별 홀들의 형태는 몇 가지 유형(직선홀, 휘어진 형태의 도그레그 홀 등)으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골프 코스 개별 홀들도 이와 같은 대체적인 유형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골프 코스의 표현방법에 있어서도 별다른 창작성이 없다.
또한, 골프 경기에서의 난이도, 재미, 전략 등과 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 시설물의 배치는 기능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창작적 표현이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골프 코스 창작성을 부정한 국내 최초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골프 코스설계자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1) 골프 코스는 적합한 규격이나 국제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 골프 규칙, 장비, 성능 등에 대한 기준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골프장의 형태나 규격과 관련하여 유일하게 정해놓은 것은 골프공의 지름과 무게(지름 42.67㎜ 이상, 무게 45.93g 이하), 홀컵의 지름(108㎜)뿐입니다.
티에서 그린까지의 공간(플레이 구역)은 전 세계 모든 골프장마다 평면 및 입체적 형태, 크기, 각자 위치하는 자연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같은 홀 내지 같은 골프장은 있을 수 없습니다. 파 72타라는 기준점수도 규정된 것이 없이 골프장 특성과 지형에 적합하게 코스 설계자의 사상에 따라 정하고 있으며, 홀별 또는 전체 길이 또한 규정된 거리 제한 없이 지형, 기후, 전체 코스의 리듬감, 점진성 등을 고려하여 코스설계자 의도에 따라 홀마다 다르게 설계합니다.
2) 우리나라 산악지형처럼 지형의 변화가 많은 공간에서 골프 코스를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고도의 설계적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골프장이 대부분 산악지형에 건설되고 골프장이 조성되는 부지의 지형에 일부 제약이 있더라도 같은 산악형 부지에서 같은 설계자가 수많은 여러 가지 코스설계안을 구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그리고 그 가운데 최적의 설계안을 채택하여 이 설계 도면에 따라 비로소 골프장이 조성되는 것도 골프 코스 설계에는 다양한 가능성과 변화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3) 골프 코스는 단순히 평면적인 홀을 기능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골프장은 자연 속에서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입체적 형상으로 만들어지므로 같은 홀이더라도 주변 자연환경에 따라 코스의 성격, 분위기, 느낌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개별 홀들을 설계자의 사상에 따라 어느 순서로 배치하느냐에 따라서도 코스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골프 코스 설계는 수십만 평에 이르는 골프장 전체 공간에서 누가 설계하는지에 따라 홀 수, 홀의 형태적 특성(티잉 에어리어, 페어웨이, 러프, 벙커, 페널티 에어리어, 그린 등의 세부 형태와 길이, 폭, 높낮이, 꺾어진 방향과 각도 등), 홀 배치, 구성이 모두 다르게 표현됩니다. 같은 부지라도 설계자마다 다양한 루팅 플랜 대안을 통하여 여러 가지 조합으로 코스를 다르게 구성하며, 설계자가 추구하는 설계 개념과 의도에 따라 홀마다 차별성 있게 공략 방법을 종합적으로 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골프 경기 및 골프 코스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골퍼의 심리, 게임의 흥미성, 전략성 등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설계자는 자신만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는 설계를 비로소 구현하는 것입니다.
만약 골프장 설계에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고, 골프 코스가 경기 규칙과 규격, 국제적인 기준, 획일적인 홀 구성요소, 부지 지형의 한계 등에 제약을 받아 창작성이 표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500여 개의 골프장은 대표적인 몇 가지의 유형으로 개별 홀의 형태, 골프 코스의 배치 형태, 그리고 홀들을 잇는 조합 등이 정형화되어 있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개별 홀이나 골프 코스가 정형화되어 있거나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골프장은 전 세계에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평면적 도형 유사성만을 가지고 골프장이 유사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국민의 창작활동과 저작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적극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식재산의 보호정책을 예전보다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시장에서 K-콘텐츠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국 골프가 도입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골프는 국제적으로 성장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골프 코스 설계도 한국적 지형에 맞는 설계를 연구하며 발전하여 이제는 해외코스를 국내 설계자가 설계하는 사례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본 협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창작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전념하고 있는 코스설계자의 노력 대가가 헛되지 않고 골프 코스설계자의 저작권과 창작성이 보호받아 한국 골프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극 행동할 것임을 본 입장문을 통해 밝힙니다. 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