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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이후 미술품 해외 거래 푼다…‘국가유산’ 오는 5월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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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20년 서울 종로구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갤러리현대 50주년 전시 간담회'에서 참석자가 김환기 화백의 '우주'를 관람하고 있다. 김환기(1913~1974)의 1971년 작품인 ‘우주’는 기존 문화재보호법에선 해외 반출이나 거래가 금지됐지만 오는 5월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진다. 뉴스1

2020년 서울 종로구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갤러리현대 50주년 전시 간담회'에서 참석자가 김환기 화백의 '우주'를 관람하고 있다. 김환기(1913~1974)의 1971년 작품인 ‘우주’는 기존 문화재보호법에선 해외 반출이나 거래가 금지됐지만 오는 5월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진다. 뉴스1

이중섭(1916~1956), 김환기(1913~1974), 박수근(1914~1965)…. 한국 근현대미술을 이끌어간 이들 작가의 주요 작품은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거나 팔리는 게 어려웠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일반동산문화유산에 포함되는 현대미술유산(제작된 지 50년 경과)은 해외 반출·수출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1946년 이후 제작된 것은 제한없이 해외로 뻗어갈 수 있게 됐다. 오는 5월 17일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탈바꿈하고 관련 법령과 체계가 확 달라지면서다.

문화재청은 22일 서울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2024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국가유산 체제 전환을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오는 5월 국가유산청으로 새 출범하면서 조직·제도를 확 뜯어 고친다. 기존의 문화재가 '과거 유물'이나 '재화' 느낌이 강했다면 새로 도입되는 ‘국가유산’은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을 아우르면서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유산(heritage)이 된다. 지난해 관련 법령의 입법화 절차가 끝났고 오는 5월 시행만 남아 있다. 최응천 청장은 “과거 문화재보호헙 아래 복잡하게 묶였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비·관리함으로써 국민이 더 폭넓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문화재보호법의 족쇄에 얽매였던 근대 미술품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진다. 1946년 이후 작품들이 대상이다. 이종희 문화재보존국장은 “해방 이후 전업작가가 늘어나고 미술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역사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미술품의 해외 거래가 활발해지면 세계 시장에서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 일반 동산문화재가 덩달아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이미 주요한 근대 문화재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이를 보완할 법령도 예정돼 있다”고 답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당시 7세이던 88호돌이 윤태웅군이 정적을 가르며 굴렁쇠를 굴리는 모습. 제작한지 50년 미만인 이 굴렁쇠는 새로 도입되는 미래문화유산 제도에 따라 선제적으로 관리받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앙포토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당시 7세이던 88호돌이 윤태웅군이 정적을 가르며 굴렁쇠를 굴리는 모습. 제작한지 50년 미만인 이 굴렁쇠는 새로 도입되는 미래문화유산 제도에 따라 선제적으로 관리받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앙포토

오는 9월 시행되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보완재가 될 전망이다. 이 법에 따라 예비문화유산제도를 도입하고, 생성된 지 50년 미만의 가치 있는 유산을 목록화해 향후 국가유산으로 관리할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 김연아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케이트화,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의 굴렁쇠 등이 유력한 대상이다. 채수희 문화재활용국장은 “예비문화유산은 반출·거래에 제한을 두진 않겠지만 국가가 일종의 ‘꼬리표’를 붙여 관심을 갖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체제 개편에는 국가유산 관련해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고 합리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최 청장은 “과거 62년간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인해 ‘규제기관’ ‘개발에 방해되는 기관’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국가유산으로 바꾸면서 미래 가치의 창출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4년 문화재청 주요정책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 체제 개편에 맞춰 오는 5월17일 국가유산청으로 변경된다. 연합뉴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4년 문화재청 주요정책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 체제 개편에 맞춰 오는 5월17일 국가유산청으로 변경된다. 연합뉴스

문화재청은 이밖에 각 유산의 특성에 맞는 보존·전승 지원 계획도 밝혔다. 전통 재료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오는 9월 경북 봉화에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가칭)을 개관하고 기와·한지 등의 품질과 제작 공정을 평가하는 인증제를 시행한다. 천연기념물, 명승, 지질 유산을 관리하기 위한 '국립자연유산원' 설립도 추진한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해선 조사·보존·활용 및 환수 협력을 강화할 현지 거점을 확대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 있는 거점을 프랑스 파리에도 설립해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한국유산을 우선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수정비 등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ODA) 사업도 관련 예산 증액(131억원, 전년 대비 173% 증가)에 맞춰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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