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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대학병원 가보랬는데…" 1시간 반 달려온 90세 환자 퇴짜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병원 1층 입구에 '현 의료상황에 대한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황희규 기자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병원 1층 입구에 '현 의료상황에 대한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황희규 기자

인근 2차 병원이라도…헛걸음 여전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 병원. 진료 대기실 등은 평소처럼 고령층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였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는 "오늘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 환자는 병원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백내장 치료를 위해 전남 고흥에서 온 김모(90)씨는 지역 병원에서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해보라’는 소견에 이날 아침 일찍 조선대 병원을 찾았다. 고흥에서 광주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김씨는 ‘오늘 당장 진료받기는 힘들다’는 말을 듣고 병원문을 나섰다. 김씨 보호자는 “여기까지 왔으니 광주시내 안과라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입구 안내문 한 개 뿐…응급실은 ‘한산’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병원 1층 입구에 '전공의 진료공백 관련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황희규 기자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병원 1층 입구에 '전공의 진료공백 관련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황희규 기자

이 병원 1층 입구에는 ‘전공의 진료 공백 관련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일부 진료과에서 진료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니 환자에게 양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인근 전남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에 유일한 3차 병원인 전남대·조선대병원 모두 심각한 진료 공백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응급실은 상황이 달랐다. 조선대 병원 한 관계자는 “외래 진료는 평소와 같지만, 응급실은 병상이 많이 비어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도 “의료대란 이후 응급 환자가 확실히 줄었다. 경증 환자는 2차 병원으로 많이 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2차 병원 입원실 찾기도 힘들어”

의사 집단행동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타 원으로 전원 가기 위해 사설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의사 집단행동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타 원으로 전원 가기 위해 사설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병원 밖은 사설 구급차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한 종합병원으로 옮기는 환자의 보호자 강모(51)씨는 “최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으나, 타 병원으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2차 병원도 입원실이 부족해 입원 치료가 가능한 병원 찾는 데도 반나절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 2차 종합병원에는 3차 병원에서 진료·입원 환자가 몰렸다. 광주 광산구 첨단병원은 중환자실이 가득 차 있고, 모 종합병원은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되는 환자를 받았다. 첨단병원 관계자는 “의료대란이 장기화한다면 중형병원도 환자를 소화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 비상 진료 방안 검토 등 대책 강구

광주시는 의사 집단행동에 대비해 구성한 비상 진료 대책상황실을 ‘비상 진료 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여기서는 지역 의료기관 비상 진료·필수 의료 체계 가동 실태와 응급환자 이송·전원 실태를 점검한다. 또 21개 응급의료기관을 상시 운영하고 필요하면 공공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비상 진료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북특별자치도도 전날 보건의료 정책협의회 간담회를 열고 농어촌 의료 취약지에 신규 공중보건의 우선 배치, 의료 인력 인건비 확대, 어린이병원 운영비 지원 등을 검토키로 했다.

의료대란 피해사례 57건 접수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275명(74.4%),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64.4%)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6시 기준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7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술 지연이 44건, 진료거절 6건, 진료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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