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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연금공단엔 전북대 출신 74%…'지거국'만 지역인재 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5월 1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3 부산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합동 채용설명회'에 취업준비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3 부산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합동 채용설명회'에 취업준비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가 도입된 지 7년 차를 맞은 현재 특정 지역거점국립대학(지거국)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법이 자칫 특정 ‘지거국’ 출신 인재 선발 등용문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주요 권역별로 규모가 가장 큰 지방이전 공공기관 8곳의 2018~2023년 신규채용 지역인재의 대학별 분포를 점검한 결과 한 곳을 제외한 7곳에서 특정 지거국 출신 인재가 절반 수준 혹은 그 이상을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에 위치한 대학(대졸채용 기준)을 졸업한 인원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2018년 18%를 시작으로 5년에 걸쳐 매년 3%씩 기준을 높여와 2022년 30%까지 기준이 상향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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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8곳의 상황을 보면 전북 지역의 국민연금공단은 전북대 출신이 74%(280명 중 208명)를 차지해 지거국 쏠림이 가장 컸다. 경남 지역의 한국토지주택공사는 67%가 경상대(283명 중 190명) 졸업자였다. 광주·전남의 한국전력공사는 59%가 전남대(681명 중 401명) 출신이었고, 부산의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산대가 58%(147명 중 86명)를 차지했다.

특정 지거국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건 지역인재 채용 대상을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에 위치한 대학’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런 쏠림 현상이 굳어질 경우 기관 내 파벌 형성과 공공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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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작성한 김보미 입법조사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인재 범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8개 기관 중 유일하게 출신 대학이 고루 분포돼 있던 한국가스안전공사(충북대 35%, 교통대 20%, 충남대 19%, 기술교육대 10%)는 다른 곳들보다 인재 선발 범위가 넓다. 김 조사관은 “충청 지역의 경우 지역인재의 공간적 범위를 대전·세종·충남·충북 전역으로 광역화해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8개 권역(부산권, 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전북권, 충청권, 강원권, 제주권)으로 나뉜 범위를 부·울·경, 광주·전남·전북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인재 대상을 해당 기관 소재지역 대졸자뿐 아니라 소재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졸업자에게도 지원 기회를 열어주자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선 이런 내용을 담은 혁신도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방대육성법처럼 지역인재 범위를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경우 신규 채용 인원의 35%를 지역 인재로 의무 채용해야 한다. 그간 권고 사항이었던 게 의무로 전환된 것이다. 이때 지역인재 범위는 혁신도시법의 규정과 달리 비수도권 전체를 의미한다. 지방대 채용률을 높이면서 출신대학은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미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30% 넘게 지역인재를 뽑고 있어서 개정안이 적용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방대육성법처럼 혁신도시법도 ‘지역인재’ 개념을 넓히면 선발 인원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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