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前경호원 '비리 경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간부급 경호원이 인사 등과 관련한 청탁.압력의 대가로 거액의 돈과 향응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직권 남용 등)로 4일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 18년간 청와대 경호원을 지내고, 金전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는 서울 동교동 사저 경호팀장을 맡았던 金모(42)씨다. 金씨는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지난달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밝힌 그의 비리는 이렇다.

청와대 경호실 수행6과장(4급)이던 지난해 8월 金씨는 A씨로부터 로비를 받았다. 주가 조작 혐의로 수감 중인 B씨(35)를 구명해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B씨와 함께 수감돼 있다가 먼저 출소한 사람. 출소하면서 B씨의 부탁을 받고 평소 알고 지내던 C씨를 통해 金씨에게 접근했다.

이후 金씨는 A씨로부터 15차례에 걸쳐 B씨에 대한 구명 로비와 함께 2천8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 향응은 주로 고급 음식점과 룸살롱 등에서 이뤄졌다. 金씨는 A씨에게 "B씨가 수감 중인 교도소(경기도)의 소장과 법무부 모국장, 청와대 비서실 모국장 등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현금 3천3백여만원을 요구했다.

돈을 받은 뒤 金씨는 B씨의 특별면회를 한차례 알선했고, 직접 교도소장을 만나 5백만원을 주며 "가석방을 부탁한다" "독방으로 옮겨달라"는 등의 청탁을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金씨의 혐의는 B씨가 지난 8.15특사 때 석방된 뒤 A씨가 대신 金씨에게 쓴 비용의 정산을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꼬리가 잡혔다. 그 과정에서 金씨의 비리가 특수수사과에 첩보로 입수돼 수사가 시작된 것.

이에 앞서 金씨는 2000년과 2001년에도 직위를 이용해 인사 청탁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2000년 9월 당시 대기업 계열사인 H사의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돼 있던 D씨로부터 회사에 남아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힘을 써준 것.

金씨는 이 회사 고위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D씨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게 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가로 D씨로부터 3백50만원 상당의 향응 대접을 받았다. D씨는 金씨의 압력 덕분인지 지금까지 H사에 근무 중이다.

2001년 7월에는 서울의 한 구청 쓰레기종합처리장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E씨로부터 현 부서에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구청장에게 압력을 넣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