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0대 아이유의 '욕심 리스트'…"영리한 문제작" 전문가 놀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년 만에 미니앨범 ‘더 위닝’으로 돌아온 가수 아이유.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2년 만에 미니앨범 ‘더 위닝’으로 돌아온 가수 아이유.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30대는 저다운 승부욕이 재점화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난 역시 승부가 재밌고, 이기는 것이 재밌어’라 생각하며 준비했어요.”
가수 아이유(31·이지은)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20일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더 위닝’(The Winning)을 통해서다.  그가 30대 들어서 내놓은 첫 음반이다.

미발매 자작곡 5곡을 엮어 만든 미니앨범 ‘조각집’(2021)으로 20대를 마무리했다면, 이번 신보엔 30대를 맞아 자신이 갈망하는 주제를 짙게 녹여냈다. 음반 명으로도 삼은 ‘승리’라는 주제다.
그는 앨범 소개에서 “(23살에) 욕심내던 것들과 전혀 다른 욕심에 피가 도는 어른이 됐으나 이러나 저러나 ‘욕심쟁이’라는 본질은 그대로”라면서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헷갈리지 않는다. 30대 들어 새로이 쓸 욕심 리스트의 첫 번째 칸은 ‘승리’로 채웠다”고 적었다.

아이유가 30대 들어서 처음 내놓는 이번 신보엔 더블타이틀곡 '쇼퍼', '홀씨'를 비롯한 총 5곡이 수록됐다.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아이유가 30대 들어서 처음 내놓는 이번 신보엔 더블타이틀곡 '쇼퍼', '홀씨'를 비롯한 총 5곡이 수록됐다.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아이유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5곡 전곡을 혼자 작사했는데, 모든 곡에 키워드 ‘승리’를 담았다. 더블 타이틀곡 ‘쇼퍼’와 ‘홀씨’는 각각 팝 록과 힙합·R&B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욕망에 대한 당당함을 강조한다. 화려한 꽃이 아닌 초라한 홀씨일지라도 하늘을 홀연히 날아다니고(‘홀씨’), 남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보다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양껏 카트에 담으라고(‘쇼퍼’) 노래한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아이유는 늘 나잇대에 맞는 자신의 얘기를 써왔다"며 “팝 스타일의 ‘쇼퍼’, R&B·힙합 스타일의 ‘홀씨’, 웅장한 발라드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했다. 영리한 문제작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화려한 협업도 화제다. 세번째 트랙 ‘쉬..’(Shh..)는 뉴진스의 혜인과 롤러코스터 조원선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진한 블루스 감성의 이 노래는 곡 말미에 12년 전 은퇴를 선언한 원로가수 패티김의 내레이션이 30초간 이어진다. 패티김이 은퇴 후 앨범 작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행의 선두에 선 뉴진스부터 원조 디바 패티김까지 여성 아티스트의 모든 세대를 아울렀다는 점에서 아이유의 욕심·욕망이 드러난 곡”이라고 정 평론가는 짚었다.

미니앨범 ‘더 위닝’의 키워드는 '승리'다. 아이유는 "점점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감춰야 하는 시대"라며 "욕망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앨범 소개 인터뷰에서 밝혔다.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미니앨범 ‘더 위닝’의 키워드는 '승리'다. 아이유는 "점점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감춰야 하는 시대"라며 "욕망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앨범 소개 인터뷰에서 밝혔다.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지난달 선공개한 '러브 윈즈 올'의 뮤직비디오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쉬..’ 뮤직비디오엔 배우 탕웨이가 출연했다. 탕웨이는 “아이유의 아티스트로서의 재능, 성격,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러브 윈즈 올’, 국내 음원 차트 한 달째 1위 

2년 만의 복귀에 대한 관심만큼 논란도 일었다. ‘러브 윈즈 올’의 원래 제목 ‘러브 윈즈’(Love wins)는 성 소수자 인권 투쟁의 구호로 사용돼 왔다. 구호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희석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아이유는 제목을 수정했다.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는 장애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말을 못 하거나 한쪽 눈이 안 보인다는 설정의 인물들이 뮤직비디오 속 캠코더 안에선 장애 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연출되면서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으로 ‘극복’되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을 고민하고 싶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대혐오의 시대’라 언급하며 사회적 이야기를 꺼냈지만, 메시지가 커진 데 비해 음악이 그것을 모두 포용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20대의 아이유가 솔로 가수로서 문화적 영향력 등 많은 것을 이뤄낸 만큼 앞으로 어떤 음악과 스타일을 표현해야 할지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매 직후 앨범 전곡이 멜론·지니·벅스 등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러브 윈즈 올’은 멜론 ‘톱 100’에서 한 달 가까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유는 내달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공연 ‘허(H.E.R.)’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이어나간다. 전 세계 18개 도시를 방문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